상류의 탄생 - 내면의 품격을 높이는 일상의 매뉴얼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페넬로피》의 메인 줄거리는 ‘진정한 신랑감 찾기’다. 가문의 선대가 저지른 몰염치한 짓으로 마녀의 저주를 뒤집어쓴 페넬로피는 돼지코를 가지고 태어난 귀족 영애다.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같은 피를 가진 이와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뿐. 전형적인 블루 블러드 페넬로피 가문은 블루 블러드 상류층 남자라면 모두 다 선을 보인다. 이때 몰락 귀족 맥스를 만나 진심이 통하게 되지만… 이 저주가 풀리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몰락 귀족으로 자기를 속인 가난한 음악가 조니 마틴이 ‘나는 상류층이 아니므로 페넬로피의 상대로 자격이 없어’라며 도망쳐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류층의 ‘자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생겼을 것이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 아닌가, “중산층의 자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프랑스, 영국 등 나라별로 조건을 헤아리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김명훈의 『상류의 탄생』은 ‘진정한 상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을 담는다.

1부 《누가 상류인가?》에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상류층’의 정의를 제시한다. 사회적 ‘위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지향적인 사람들이 상류층임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알려주며 상류층의 바른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상류의 탄생』표지에 제시된 배려, 책임, 통찰, 원칙, 예의, 절제, 청렴, 전통, 박애, 품위라는 개념을. 2부 《책임을 다한다는 말》에서는 미국의 전통 있는 상류층이 어떻게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건국 초기 대통령부터 기업가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 모였다. 3부 《다르게 사는 방법》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 인간이 마땅히 지녀야 할 품위를 강조하여 이야기한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내면적 계급’이며 진정한 상류인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스웨덴, 핀란드, 독일, 덴마크의 이야기로 사회지도층의 고결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제목은 『상류의 탄생』이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 상류의 품위이며 상류의 가치관이다. 돈이나 권력으로 상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고결한 가치관을 가진 이야말로 상류임에 마땅한 이라는 것. 그러므로 상류는 하나둘 더 탄생되어야 한다는 것, 사회 전체가 상류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바람이며 목적이다. 미국 이민자인 저자의 특성상 『상류의 탄생』에는 미국 이야기가 주류를 차지한다. 3부에서의 스웨덴, 핀란드, 독일, 덴마크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이 책의 이야기는 미국에 치우쳐 균형이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바마가 교황에게 보낸 선물 등 상대의 가치관을 제대로 파악하고 배려하는 소박한 선물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얼마나 진실함을 선물하고 있는지를 반성했다.

사람들은 왜 상류가 되고 싶어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내가 살아오고 느낀 그 이유는 주로 권력이었다. 힘을 누리고 싶어 상류가 되고 싶어했다. 여기에서 ‘힘’에 대한 시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힘인가. 매일 때리고 부수고 다시 짓고 바꾸는 이 사회에서, ‘변화’를 보이는 것이 힘이라면 좀더 느리고 부드러운 힘을 계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키고 다스리고 숙성하는 힘을. 그것이 두터운 상류를 만드는 또다른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힘을 소유한 이는 자연히 위로 올라간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 나는 힘을 가질 수 있는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