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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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한 작가의 전 작품을 읽는 전작주의(全作主義)’ 요건을 충족하는 첫 저자가 생긴다면 아마 오찬호일 것이다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부터 진격의 대학교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등 오찬호 작가의 책을 대부분 읽어왔다꼭 다 읽어야겠다는 결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어떻게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아마 저자의 관심사와 나의 관심사의 흐름이 비슷해서일 것이다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역시 그랬다공감(共感), 주주루 펼쳐본 책 초반부가 특히 시선을 끌었다
 
어느덧 비혼(非婚)’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대학 때 친구들은 페미닌 스타일로 야단스레 꾸미기 좋아하는 내가 제일 먼저 결혼할 거라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사회생활 친구들은 교사가 일등 신붓감 1위라며 부러워했다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산다일단 혼자다
 
결혼한 친구들은 내가 부럽다고 한다아이를 키우는 친구들도 내가 부럽다고 한다네가 제일 팔자가 좋다고 뭐라 한다이도 저도 어렵다타나베 세이코가 말하지 않았던가혼자 산다는 건 어렵다오해받기 쉽다고영오연(외롭고도 도도)하게 살지 않으면 모욕을 당한다그러나 또한 어딘지 조금 애처로운 데가 없으면 얄밉게 보인다그러나 또한 너무 애처로운 티를 내면 색기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그 균형이 어렵다.”라고그들의 힐난에 어려울 때마다 고민해도 답은 하나다정말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오찬호의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초반부는 이런 내 결정을 속 시원하게 정리한다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미혼자에서 비혼자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을 찾아보면 대한민국에서 결혼한다는 것에 어떤 공포가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비혼자들은 솔직하게 고백한다. ‘지금은’ 스스로 결혼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지만 직전까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허우적거렸음을 인정했다자신이 사회적 거세를 당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설마 내가 처음부터 비혼주의자였을까, 나는 그저 타협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만큼 비혼자들은 연애-결혼-출산에 대해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한 사람이다.” 비혼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불안해했는지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고충을 이야기했고자신의 비혼 결정에는 억울하기 싫다라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직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관계에서 남자는 갑이다소개팅 첫날에 대뜸 들은 말들은 가관이다. “우리 집은 제사가 아주 여러 번 있어요.” “우리 집은 휴가 때마다 온 가족이 큰 펜션을 빌려서 여행을 가요배 좋아하세요?” “어머니가 귀농하셔서 농사지으세요. 추수철에는 매주 며느리들이 내려가서 일 도와요.” “서울에서 선생님 하시는데 지방(경상도)으로 내려오실 생각이신 거죠?” 그들은 이런 말들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뻔뻔스러운지 인지하지 못했다약간의 성 평등 의식을 가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약간의 타협도 할 수가 없었다고려할 처지도 없었다결론적으로 나는,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 한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이 책이 ‘부모’를 위한 책임을 고려할 때 나는 벌써 적합하지 않은 독자인 셈이다.   
 
사실이런 비혼’ 이야기는 1장부터 6장까지의 대장정 중에 1장 만큼의 내용에 불과하다그러니 2장부터 6장까지의 강요된 모성이상적 육아유해하지만 유용한 사교육 내용은 내가 뼈저리게 실감하기에 어려운 것다만 간접 경험으로 실감할 수 있을 뿐이다간접 경험으로도 결혼과 육아는 숨이 턱턱 막힌다나 같은 이기적 인간개인주의자는 이미 일 년 만에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그래서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게 결혼이지만 현실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이제는 설마 자신이 없다하물며 이런 책이야… 더욱 겉돌 뿐내 처지가 1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거지 2장부터 6장까지의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다결혼과 육아를 실감하지 못하지만 합리적 사고로 경험한 내용은 조목조목 훌륭하다특히 육아와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분석들이 인상적이었다
 
번번이 느끼지만오찬호는 참 글을 잘 쓴다. ‘술술’ 읽히도록 글을 쓴다내가 우연히 그의 책을 읽어온 이유 중 절반은 그것일 듯대단하다늘 오찬호의 신작은 기대만큼이다. 이번에도 베리굿짱짱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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