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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었다
치하야 아카네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3월
평점 :
아주 오래전, 친하게 지내던 잉꼬부부가 있었다. 성실하고 믿음이 좋으며 똑똑하고 상냥하고 살림 잘 하는 오빠(이게 얼마나 어려운 조건인지 교회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안다)와 애교 많고 다정하고 너그러운 언니와의 만남은 어느 데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특히 집안의 반대를 극복한 드라마틱 연애와 결혼 이야기는 두 사람의 ‘천생연분’을 의심하지 않게 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나 알게 된 두 사람의 현실은 나의 예상과 너무나 다른 곳에 있었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무자녀 주의자인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어려움 때문에 관계는 깨어졌고, 각자는 다른 사람과 재혼해 (아이를 갖지 않고, 혹은 아이를 여러 명 갖고) 너무나 다른 삶을 또 달리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첫 꽃》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잠시 그들을 생각했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그에게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무엇인지 타인은 절대 알 수 없다. 각자가 품고 있는 절대적인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를 얻고, 한편으로 이야기를, 개성을 얻는다. 『벚꽃이 피었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다. 조금씩, 아니 많이 비뚤어진 데가 있는 이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책표지에는 “조금은 서투른 남자와 여자의 일곱 가지 사랑 이야기”라는 문장이 인쇄되어 있다. 나는 서툴다기보다는 불안한 남녀라고 말하고 싶다. 일곱 이야기의 주인공은 각자의 상처를 더 아프게 하는 것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무표정한 미술관 직원, 남편이 잊지 못하는 사별한 아내 때문에 자기를 상처 주는 여자, 아빠에게 상처받은 엄마를 미워하면서 자기의 여성성을 불안해하는 아이, 뚱뚱한 외모에 부끄러워하면서 자신을 낮추는 남자, 사회성 떨어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도서관 아르바이트생, 소녀의 유령을 보는 부정한 욕망을 지닌 소녀를 통해 우리 모두는 성치 못한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나 역시 성한 데 없는 상처투성이, 불안해서 비뚤어진 인간이란 데에서 안심한다.
구구절절 적었지만 이 책의 위로는 《작가의 말》에서 폭발하고 맺음한다.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어질 수는 있다. 아름다운 것, 다정한 것, 강렬한 것,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것들을 접하면 사람의 마음은 한순간에 움직인다. 그럴 때에 교감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 순간은 분명 그 사람을 지탱해줄 것이다.” 부족하고 복잡한 인간 가운데 우리는 함께 불안하고 함께 서글퍼도 좋을 한 사람을 찾아 헤맨다. 교감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진심으로 언젠가의 봄날, “그 사람과 함께 벚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