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미의 좌충우돌 자음과모음 인턴기 :D
안녕하세요 이루미입니다 : )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났네요.
하나 둘 씩 잘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바보같이 퇴근할 때 지문 인식하는 걸 매일 깜빡한답니다
어제도 일 마무리 하고 6시 20분쯤 나가면서 지문을 안 찍고 말았어요 ..
6시 땡 하고 칼퇴근했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는데 이건 뭐
지금 모니터에 포스트잇까지 붙여놓았답니다.
'퇴근할 때 꼭 지문인식하기 !!'
오늘도 까먹으면 저는 정말 개명하겠습니다. '윤붕어'나 '윤삼초'로 ..
각설하고!
오늘은 편집부 인문팀 채미애부장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바쁘실텐데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D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자음과모음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바쁘답니다.
옆에 계신 자모씨 님에게 모르는거 질문할 때도 한참 눈치봐야해요 ㅋㅋ)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1. 인문 분야 도서의 출판기획은 크게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지만, 부장님의 제 허를 찌르는 한바탕 연설로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오늘 역시 신출내기답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춘 채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거든요 ..
하지만 저는 이번에 채미애 부장님을 인터뷰하면서
과정, process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서 인터뷰 한 것 정리할 생각은 않고
한동안 멍-해 있어야 할 정도로 제게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죄송한 점은, 이번 인턴기가 특히나 심심한 인턴기가 될 것 같다는거예요
하지만 저와 같이 편집자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인터뷰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출판사 인턴사원으로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출판기획과정은 인문이든 문학이든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비슷비슷해요.
투고된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이유는, 그 작품들을 일일이 확인하기엔 일이 너무 많으며
각 작품 마다 수준 차이도 매우 크기 때문이예요.
물론 출판사에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대부분의 책은 출판사의 기획을 거쳐 만들어지죠.
그리고 잘못 알고 있는게 있는데, 편집에는 분과가 없어요.
'통섭'이라 칭할 수 있을 것 같네요. *PEDeM이란 용어도 있어요.
우리의 문화 전반을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로 본다면, 여기서 '거인'은 토대, 즉 '인문(人文)'을 의미해요.
인문을 문화적인 측면과 산업적인 측면으로 나누어볼 때,
문화와 산업이 공존하는 것이 출판산업, 출판문화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책이 자본주의적인 '상품'인 동시에 인류의 '지적 매체'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능할 것 같네요.
태초에 편집이 있었다'
'편집'이란 모든 것을 아우르는 meta적인 용어예요. 즉, 편집에는 모든 것이 포섭되어 있죠.
보시다시피 편집자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일이 쉬운 것도 아니예요.
끊임없이 자기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라야 이 일을 해낼 수 있어요.
카프카는 낮에는 보험회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밤에는 자기 글을 열심히 썼어요.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을까요.
다른 분야보다 편집 일이 좋은 것은 카프카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자족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예요.
하지만 출판일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책이 고부가가치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마츠오카 세이고의 《지식의 편집》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네요.
( *PEDeM : Planning(기획), Editing(생산), Design(디자인), Marketing(마케팅)을 조합한 것으로,
디자이너 정병규 선생님이 만드신 용어이다. 출판인이라면 기획, 생산, 디자인, 마케팅을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페뎀적인 안목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 혹은 '편집'을 획일적인 의미로 간주하고 단편적으로 생각한 신출내기의 허를 찌른 한 단어 !)
다섯가지 정도의 질문을 만들어갔지만 운도 못 떼보고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제가 준비한 질문에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조금도 아쉽지는 않습니다.
대신 저는 책이나 인터넷 자료에서 얻을 수 없는 생생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밋밋한 인턴기는 처음 써보네요 ㅜㅜ
다들 여기까지 안 읽으시고 이미 '뒤로'버튼 누르신 건 아니겠 .. 죠
조금은 심심했지만 알찬 내용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 )
이루미는 어제까지 하성란 작가의 종이책 《A》와
전자책이 될 《A》e-pub 파일을 대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저희 부장님 말씀에 의하면 보통 하루에 두 세 권까지도 한다는 걸,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어제 퇴근 시간이 좀 지날 때 까지 읽고 마무리했거든요.
부장님이 일부러 정독할 시간을 주신 덕택에 책에 폭 빠져 있었네요
요새 친구들이 묻습니다.
출판사에서 일 하는거 어떠냐고.
아직 인턴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재미있게 일 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좋아하는 책 읽으면서 일도 하고 (돈도 받고) 경력도 쌓는다고.
이제 시작이기는 하지만, 채미애부장님 말씀처럼
카프카적인 삶을 살지 않아도 자족적인 삶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봅니다.
아우 재미없어.
죄송해요 재미없어서 ㅜㅜㅋㅋㅋ
다음 인턴기는 좀 더 재미있고 밝고 상큼하고 활기차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금요일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