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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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은 뒤, 그대로 남겨진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직업을 잠시 체험하거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자신이 쓴 것이 자신의 생업. 그에게 글이 먼저였는지 생업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다. 문장력으로 볼 때 꽤 오랫동안 글이 그와 함께 해왔던 것 같지만,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문장들, 이야기는 그의 생업이 아니었으면 탄생할 수조차 없었을테니.

이 책이 별나고 희귀하다고 느끼는 것은, 육체노동에 잇댄 삶과 깊은 사색과의 균형 때문이다.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며 생각의 집을 중심으로 삶을 지어가는 사람들은 대개 육체에 대한 멸시를 의식/무의식적으로 가진다. 반대로 삶을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수는 사색의 무용함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 김완은 둘 중 하나를 다른 하나에 의해 희생시키지 않았다. 또한 자기 생업을 비호하려고만 들거나, 자기만의 일에 심취해 메세지가 영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가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극히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는 건강한 보편성을 얻었고, 살아오는 내내 별도로 쌓아왔던 지식의 창고의 힘을 빌려 설득력 또한 갖췄다. 여러 이유로 한국 에세이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덤덤히 쓰인 문장들의 온도를 기억할 만큼 신간 중에서 단연 진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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