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종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겉으로는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되어 잘 보이지 않는 이성의 야만이라는 아이러니에 마주친다. 운하 사업이 4대강 정비 사업이라는 껍데기로 바뀌어 진행되다. 구제역 청정국 유지라는 미명 아래 백만 단위로 무고한 가축을 도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법치라는 명목 아래 법은 있는 자들의 큰 권한을 비호하고 없는 자들의 작은 권리마저 박탈한다. 일본 지진이라는 미증유의 참사를 목격했음에도 눈앞의 실익을 위해 미래의 세대에 위험을 전가하는 일이 일어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오히려 언론인이나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생존권에 족쇄를 채운다. 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성노리개로 전략한 뒤 끝내 그 굴욕을 견디기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를 농락한 혐의자에는 정치인, 언론인, 기업가, 연예계 종사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신이 가진 조그마한 권력을 사회적 약자를 핍박하는 데 남용한 악랄한 인간들이다. 권력을 갖는자들에게 주어지는 엄주한 의무에 대한 개념은 애초에 없는 사람들이다. 로마에 가면 반드시 봐야 할 명소의 하나로 콜로세움이 있다. 5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어서, 로마 시대에 건설된 원형 경기장 중 가장 큰 이 건물은 로마 건축과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일컫는다. 그렇지만 그곳은 사람들을 무장시켜 서로를 죽일 때까지 싸움을 하도록 만들고 그것을 보면서 즐겼던 장소이다. 여기에는 잔혹함을 즐기던 로마 사람들의 성향과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황제들의 야욕이 결합되었다. 이 책은 여러 야만의 모습과 관련된 역사의 사례들을 차례로 나열한 뒤 그것을 우리 사회의 현실과 연결시켜려 시도한다. 물론 그 사례들이 야만의 여러 얼굴들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이렇듯 수많은 야만이 여러 모습으로 횡행하는 우리의 사회에 대해 절망하고 있을 수 많은 없다. 그러한 현실을 개선시킬 출발점은 그 모순과 야만에 대한 인식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그 현실에 대해 분노를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