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된다는 것 - 유명 작가들의 별난 소년 시절 이야기
존 셰르카 엮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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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유쾌해지는 책이다!

푸하하...  시작부터 웃음이 터졌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졸다가 헬리콥터에서 떨어지다니...

이 책 속엔 어린 시절 나의 오빠가 있었다. 사고뭉치의 철없는 소년...

그가 하루종일 하는 일이란 로봇과 괴물 그리기, 만화책 보기 그리고 마당에서 야구공 던지기였다.

듣도 보도 못한 최첨단 장비가 부착된 갖가지 로봇들이 속속 그의 노트에서 탄생했다.. 분리와 합체를 반복하면서....  어쩌다 그 그림을 본 할아버지는 훌륭한 만화가로 대성할 수 있을 거라며 오빠의 손을 끌고 당대 유명한 만화가들을 찾아가셨다... 푸하하! 헛고생이었다. 그 또래의 소년들은 그런 노트를 한 권씩 갖고 있었으니까. 

그가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일, 만화책 보기. 갑자기 저금통이 가벼워졌거나, 장시간 눈에 띄지 않으면 분명 만화가게에 있는 것이다. 무서운 엄마에게 줄곧 잡혀 오면서도 지치지 않고 만화가게를 들락였다. 푸하하! 그때 키운 상상력은 대체 어디 간 건지...

그리고 소년이 하는 일 중 내가 가장 싫어했던 일. 마당에서 야구공 던지기! 우리 가족은 늘 대문을 향해 던지는 그의 공을 피해 가며 집안으로 들어서야 했다. 일종의 부비트랩이라고나 할까. 우리집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예외없이 그 공을 피해야 했다. 한번은  내 친구가 맞고 잠시 기절한 적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만둘 소년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었으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물론 감동도 있었다. 아빠와 아들의 비밀 이야기는 뭔가 짜한 감동을 주었다.

생각하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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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오병욱 지음 / 뜨인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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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나는 뭔가 내면에 꽉 차 있는 말들을 아무 곳에나 미친듯이 써대곤 했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머리를 강하게 때린 한 구절 때문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삶을 처음부터 다시 곱씹게 하는 문장을 여기저기 써놓기도 했었다. 하루하루가 눈물나게 재미있고 또 하루하루가 죽을 만큼 힘들고.. 그리고..

젊은 날은 그런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기쁨과 슬픔이, 나뭇잎처럼 나부끼고 시냇물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 것. 슬프고 달콤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눈물과 웃음.     - 본문 중에서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를 읽으며 폭발하듯 쏟아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의 치열함과 설렘과 또 그 시절의 많은 일들을....  

누구나 가슴속에는 낡은 책상서랍이 있고 지우개 달린 몽당연필과 잃어버린 구슬과 쓰다 만 편지, 지우지 못한 낙서, 들켜버린 일기장이 있고 망설이던 고백과 허망한 맹세,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고 크지 않은 여행가방과 돌아가고 싶지 않던 여행과 젖은 우산과 잃어버린 장갑이 있고 쓰러져 가는 눈사람과 사라진 무지개와 별똥별이 있고 허물어진 모래성, 떠내려간 종이 배, 날아간 파랑새가 있고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바람, 아물 것 같지 않던 상처, 돌아오지 않는 친구가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는 나부끼는 깃발이 있고 커다란 바위가 있고 드높은 나팔소리와 아련한 북소리가 있고 아직도 터지지 않은 조그만 폭탄이 있고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녹슨 비수가 있고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한숨과 숨기지 못한 눈물과 맴도는 회상, 돌아가고 싶은 미련, 산맥 같은 그리움, 그리고 침묵..., 한 번도 입 밖으로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 있다.   - 본문 중에서

가슴속에 나부끼던 깃발이 어떻게 된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를 그리워한 것도 얼마나 오래 전 일인지 모르겠고.. 쓰다 만 편지의 주인공도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내면에서 요동치던 말들이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에서 아름답게 쏟아져 나왔다. 한문장 한문장이 반짝반짝거리며 빛을 내더니 나에게 와서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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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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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의 눈물>이 건네는 즐거움과 깊은 사유는 어린 시절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담담하고 진솔한 어조"로 풀어나가는 데 기인한다. 라고 한 일본문학가는 해설에 쓰고 있다.
자신의 독서편력에 투영해 성장사를 그리고 있는 이 책이 단순한 독서편력기와는 달리 마음이 짠해지는 건 소년이 재일교포 2세라는 출신배경이기 때문일까. 소박하고 아름다웠던 어린시절, 자신의 정체성에 눈떠가는 중학생 시절.. 그리고.. 소수자로서 현실적인 고통과 마주하게 된 청년기.. 어린시절부터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일본인들과는 다름을 어렴풋이 느끼고.. 그래서 태생부터 주류에 편입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또한 어렴풋이 원망하고.. 그래서 책에 더더욱 몰입했던 소년.. 그 애잔한 성장기가 정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올해에 읽은 최고의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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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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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은 일단 표지가 맘에 들었다. 뭔가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표지였다. 음..  이 책은 정말 잘 짠 성긴 망토 같았다.

독특한 아이디어 - 8시간밖에 기억을 못하는 천재 수학자, 야구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아들, 드라마틱하게 파출부가 된 미모의 젊은 미혼모.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캐릭터들 - 모든 걸 수식으로만 기억하는 천재 수학자와 예쁘고 마음 따뜻한 미혼모 파출부, 어리지만 일찍 철이 든 초등학교 4학년의 파출부 아들, 그리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미망인...

그리고 타이밍 정확하게 터지는 에피소드 - 수학자와 파출부의 인상적인 만남, 파출부가 미혼모가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사연, 아이에 대한 수학자의 절대적 애정을 발견하고 파출부가 감동하게 되는 일, 생전 처음 야구장에 가게 된 수학자와 아들, 수학자의 실신과 파출부의 극진한 간병, 미망인의 질투로 해고되는 파출부, 미망인과 수학자 사이의 숨겨진 관계, 아들의 아버지가 수학자로 유명해진 걸 신문을 통해 파출부가 발견하게 되는 사건, 파출부의 진심을 알고 다시 고용하는 미망인, 생일날 수학자가 가장 좋아했던 야구선수의 글러브 카드를 어렵게 찾아내 파출부와 아들이 선물하는 사건, 그리고 결국 자라서 아들이 수학선생님이 되고...

절묘하게 수식과 야구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

뭐 하나 빈틈이 없는 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완벽한 소설은 정말 소설일 뿐임을 절실히 느끼고 말았다. 성긴 망토처럼 보기엔 따뜻하고 예뻐 보이지만 전혀 따뜻하지는 않았다. 그저 잘 짜여진 각본만 있을 뿐이었다.

현실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다. 수학자는 정말 모든 것을 수로 풀어낼 수 있는 천재다. 게다가 기억상실증에, 노구를 지녔음에도 너무나 훌륭한 인격과 순수를 갖고 있다. 미혼모 파출부는 너무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파출부라는 직업에 전혀 불평이 없고, 등이 굽고 이빨도 생전 안 닦고 자기도 수시로 기억하지 못하는, 오직 수밖에 모르는 할아버지 수학자를 사랑한다. 겨우 초등학생 아들은 사람 사이의 신뢰에 대해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또한 형수인 미망인과 수학자는 과거의 연인이었으며 천재 수학자는 가슴 깊이 그 마음을 품고 있다. 대체 이걸 어떻게 공감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디어로 승부한 소설이라고밖에는 그리고 감동을 주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든 소설이라고밖에... 정말 소설이 원래 이런 거라면 더 이상 소설로서 구원받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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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눈의 물고기
사토 다카코 지음, 김신혜 옮김 / 뜨인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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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10대의 성장에 관한 소설을 좋아한다..  모든 일에 미숙하고, 사람들과도 쉽사리 친해지지 못하고 자신있게 자신을 표현하지도 못했던 나의 모습들을 그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성장소설을 읽으며 나만 그러지 않음을 확인하며 자신에게 면죄부를 준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뛰어오르는 주인공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 기지마에게서도 내 모습의  한 부분을 찾아냈다. 모든 열심히 하지 않는 기지마.. 진지하게 자기를 걸고 무슨 일을 하면 그 결과가 나오고 그러면 자신의 한계가 어딘지를 알게 되고 그 한계가 맞닥뜨리게 되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뭔가 대충대충하고 잘 안 되면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웃어버리면 되는...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 깊은 패배감을 간직한 그런 모습...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다른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언젠가 날아오를 힘을 갖기를 소망하며..

그런 기지마에게 여자아이가 다가온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기지마가 그 여자아이의 뎃생을 그리게 된 것이다... 차츰 여자아이를 그려가면서 기지마는 진지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리라...

뒷부분부터는 기지마가 자신의 그림 속의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들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진다.. 고백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외쳤다.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가뜩이나 겨울이라 옆구리가 겁나게 시린데.... 오랫만에 만난 아주 맘에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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