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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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관계를 향해

 

 

  원작을 토대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둘의 훌륭한 관계는 원작은 애니메이션에게 좋은 스토리텔링을,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가질 수 없었던 매체로서의 장점을 주었을 때 이루어진다. 그동안 나는 소설이 영화화된 경우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감상문을 통해 원작동화가 애니메이션화되는 경우를 분석하면서 이 둘의 관계를 좀 더 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원작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차이점이 나타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째, 주인공 잎싹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변화이다. 원작의 잎싹은 내성적이어서 도입부에서 다른 등장인물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점차 닭장을 벗어나 마당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자하는 욕망으로 인해 많은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진입한 잎싹이 식구들에게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주며 수다스럽게 말하는 장면에서 원작보다 훨씬 활발하고 사교적인 면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문지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어’라며 대답만 반복하던 문지기 개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잎싹의 포옹 한 번에 사르르 녹아버린다.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변화시킨 인물들을 통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를 얻는다.

  차이점 두 번째로는, 중편소설정도 되는 원작 분량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감당하기가 어려움에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원작에서 마당 식구들과 잎싹이 처음으로 만나 벌어지는 갈등은 초반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마당 식구들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대장 수탉이 엄포를 놓는 장면으로 상황이 종료되는데, 이 모든 것은 몇 분만으로 보여줄 수 있다. ‘보여주기’식의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강점이자 특징인데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내용을 늘려야만 했던 필요성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원작의 잎싹이 초록머리를 키우고, 족제비로부터 초록머리를 지켜내는 과정을 모두 주체적으로 이루었다면 애니메이션에서의 잎싹은 다른 인물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이는 잎싹의 비중이 조금 줄어들지언정, 다른 인물들을 더 많이 등장시켜서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분량을 늘리는 효과를 얻었다. 반면에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주인공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데 의존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변화하였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 차이점으로는, 애니메이션이 원작 잎싹의 내면을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잎싹이 초록머리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족제비 새끼들을 살려주었던 장면이나 나그네의 도움으로 족제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장면이나 초록머리가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해서 잎싹이 감동하던 부분들에서 애니메이션의 매체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원작은 이러한 장면들에서 잎싹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것은 텍스트이기에 종이 위에서 글자와 글자 사이의 여백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족제비와의 결투나 초록머리의 비행을 웅장한 실력으로 그려냈지만, 잎싹의 눈썹 움직임이나 눈동자만으로는 심리를 그려내기엔 부족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이 좀 더 섬세한 심리묘사를 하기 위해 잎싹의 나레이션이 같이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감상하며, 두 가지 매체가 각각 갖는 장단점들을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이 매체들이 맺는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윈윈관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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