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슬픔엔 영양가가 많아요
강지윤 지음 / 봄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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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나의 약한 부분 중의 하나였다.

강해져야 한다고 참고, 또 참으며 견뎠던 나날들은 나를 무감각의 세계로 이끌었고,

도전하며 힘든 순간은 언제나 따라 다녔기에

내 안의 힘든 감정과 마주하는 것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습관은 나도 모르게 철벽을 만들었고, 나의 마음엔 타인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정해진 원칙과 규정대로 살아내는 것이 내겐 가장 편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려운 것은, 타인의 감정이었다.

나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교차되어야 할 때,

타인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내게는 무서운 일이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힘들어하는 타인을 보는 것은 내가 이상한건가 생각될 정도였다.

내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꽁꽁 싸매고 있던 나에겐 더이상 느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깔깔깔 소리를 내어야 기뻐하는 것을 알았고, 

또 다시 소리내어 엉엉 울어야 슬프다는 것을 알았다.


'라떼는 말이야~'로 꼰대가 잔소리를 시작하는 것처럼 

미세한 감정선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제대로 위로할 줄 몰랐다.


작가의 글엔 언제나 위로의 말을 전할 상대방이 있다.

아버지, 동생, 친구, 그리고 어린 날의 자신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렇게 자신을 치유하고, 독자를 치유한다.


내면의 치유의 힘이 흘러 넘쳐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세계인이 처한 고통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보듬어야 할 순간을 맞이했다.

쌓이고 또 쌓일 슬픔 너머에 기쁨이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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