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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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짧게 쓸 자신이 없어 머뭇거렸다. 처음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에 더 힘든 것 같다. 저자가 중국계 미국인이고,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SF 관련 문학상을 받았다는 점이 매력이었는데, 실상 책을 덮고 난 후에 부담감으로 돌아올 거라 상상을 못 한 것이다. 환상을 현실로 옮겨놓은 열네 편의 단편이었고, 첫 편인 종이동물원에서 소설답지 않은 감동을 느꼈다면, 마지막 편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사람들에서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고, 미래를 그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시점의 이동이 한편 안에서 수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처럼 어떤 세대가 한 공간 한 시점에 일을 겪고, 특정 시점인 과거를 소환하거나 이를 재해석하기 위한 다큐 형식으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다른 시점을 현재로 치환한다. 아주 짧은 이야기 안에 수많은 사람과 시대가 공존하면서 다 읽고 나면 기이함과 경이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누구나 볼만한 책은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나칠 수 없는 단편모음이다. 책에 밑줄을 그을 곳은 없지만,읽고 나서 느낀 점이 계속 쌓여, 다시 읽게 된다면 과거의 나를 발견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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