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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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의 영광을 뒤로, 스러져가는 베어타운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철학소설이다. 한번 읽을 때 쓱쓱 잘 읽히지만, 두 번째 꾹꾹 눌러보는 깊이로 전작보다 훌륭하다. 이전 배크만의 감동만을 기대하고 읽으면 전개와 소재에서 의아함이 남는다. 

물론 시작과 끝의 함축적인 면은 여전하다. 1번, 2번 그리고 50번에서 느껴지는 시 같은 전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나면, 조금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 

14쪽 이곳은 하키 타운이고 이곳을 소개할 단어는 맣지만 전부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살면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 ...
가끔은 마을 전체가 어떤 철학 실험의 대상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온 마을이 무너져 숲속으로 꺼지더라도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전혀 의미 없는 사건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564쪽 이 일대 사람들은 곰을 알아보기 때문이다. 벚나무에서는 항상 벚나무 냄새가 풍긴다. 
하키 타운에서는 늘 그렇다. 

다양하고 독특한 등장인물의 등장과 그 인물 간의 관계에서 하나의 사건을 다루며 소설의 진실성과 현실감이 높다. 부모와 자식, 절친과 절친,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 전개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18년 한국 시류에 맞는 주제 가령 정의, 법, 권력 등의 정치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물음을 던진다. 

430쪽 아빠는 딸 앞에서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없고, 아나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지 들키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딸이 자기를 증오할게 될까봐 겁이 난다. 
"거짓말이라고요? ... 케빈이 염병할 피해자라도 된느 것처럼?!"
431쪽 아나는 그날 저녁에 마야에게 백 번쯤 전화한다. 마야가 왜 전화를 받지 않는지 알겠다. 마야가 이제는 그녀를 미워한다는 걸 알겠다. 마야가 뭐라고 했던가. 
494쪽 "내가 역으로 묻겠네, 다비드. 경찰에 고발당한 아이가 케빈이 아니었다면? 다른 아이였다면? 할로 출신이었다면? 그래도 너는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알 수는 없지 않느냐고 인정하는 것.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주제이지만, 추천하기 다소 힘들다. 소제목 없이 번호 순으로 이어지는 게 생각에 최적화된 소설인 건 분명하다. 전개의 여백이 많아 이해할 때 어렵지만, 각 등장인물의 대사를 정리해주는 부연 전개가 있다는 점에서 인문 서적을 많이 읽는 바쁜 다독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570쪽이라는 두께에 망설이기보다, 동화스러운 표지에 끌려 이 책을 선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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