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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ㅣ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7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 느 집엔 이거 없지? "
하고 점순이가 건네준 감자...
그냥 받지 그랬어...
그냥 먹지 그랬어...
다시 돌려주지 말았어야 했어...
그랬으면 느그집 닭이 고추장물을 먹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말이지...
근데 참, 점순이도 표현이 쪼까 거시기 해부렀으...
그러니 주인공이 그 마음 눈치를 채지 못했지...


김유정의 단편 소설 [동백꽃]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출간된
아이세움 명작 스케치를 다시금 꺼내들며
이토록 순수했던 산골마을 소년 소녀의 첫사랑에 푸욱 빠져본다.
책제목이 동백꽃이라 하여 동백꽃의 꽃말을 찾아 보았다.
" 기다림, 애타는 사랑, 신중 "
그런데, 많이들 알다시피 강원도에는 동백꽃이 자랄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꽃으로도 부른단다.
생강나무... 그건 또 어떤 의미일까?
" 사랑의 고백, 매혹, 수줍음 "
이것이 바로 생강나무의 꽃말이다.
어느 작품속에서 꽃이 등장할 때면 왜 그 꽃이어야만 하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를 꼭 먼저 생각하며 읽는 습관 때문에...
그래... 사랑의 고백, 매혹, 수줍음... 책의 내용과 딱 맞는 단어인듯 하다.

책속에 작은 팜플렛으로 끼워 놓은 종이 한장!!
그 종이 한장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사실... 강원도의 향토어라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읽었었다.
감때사나운... 이게 뭐지? 바로 사람이 억세고 사나운이라는 뜻이란다.
참 고맙게도 초등학생 아이들이 어렵게 생각할 만한 단어들을 뽑아 단어의 뜻을 적어주었다.
그럼 나도 초딩수준이란거지? ㅋㅋㅋ


동백꽃... 아니... 생강나무...
그 꽃 속에 묻혀 사랑을 고백한 점순이...
"너 이담부터 안 그럴 테냐? "
"그래"
"너 말 마라"
"그래!"
뭐야... 이 순박한 놈...
참 적극적인 점순이...
왜 이런 소설속 주인공 남자는 순박하고, 여자는 적극발랄한 캐릭터인지...
그시대에 희망하는 남성,여성상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책의 맨 뒷장의 커버가 이 책의 핵심을 집어주는듯 하다.
첫페이지부터 나왔던 닭싸움...
그냥 닭싸움이 아닌 이 두 주인공의 사랑싸움이었다는 걸...
마음을 전하는 것이 서투른 소년 소녀의 순수한 사랑의 줄다리기였다는걸...
아니.. 줄다리기라 할 수 있을까?
마름집 딸 점순이의 일방적인 구애였던가? ㅋㅋ

1908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37년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유정!!
짧은 문단 생활 중에도 병과 가난과 싸우면서 30여편의 단편을 남겼다 한다.
스물아홉... 무언가를 막 시작할 나이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또하나의 인물... 김/세/현
동백꽃을 접하며 이 이름 세자가 머릿속에 확 꼿혀 버렸다.
아.. 동양화를 전공하셨구나...
책의 커버에서도, 그리고 삽화속 간결하고 강한 색상이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에...
김세현님의 그림 스타일을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의 책들을 다시한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다.
교과서 속에선 동백꽃을 놓고 여러가지 방향으로 접근하며 풀이를 할 수 있겠지만
그냥 그 자체로, 순수한 젊은 청춘의 설레이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수줍은 사랑고백의 소설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