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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ㅣ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평점 :
비룡소에서 출판되는
일공이삼 시리즈는 초등학교 3.4.5.6학년을 위한 창작 읽기책 시리즈이다.
그 중 94번째 이야기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를 쓴 "황선미"작가의 작품인데,
사실 책의 커버만 딱
보았을땐 그저 그런 느낌,
그러나 황선미 작가의
작품이기에 망설임 없이 첫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학교폭력이라는 다소 어두운 주제를 다룬
책이다.
총 118페이지의 책을
넘기며 주인공 주경이와 함께 왠지 가슴이 콩닥콩닥해지며 마치 내가 주경이인것 처럼,
마치 내가 주경이의
엄마인것 같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정말 나라면.. 아니 내
아이가 이런 상황이라면 부모로서 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 주어야 할지...
마구마구 고민을 끄집어
내어 가며 가상의 상황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 버린다.
선생님 앞에서만(?)
모범생인 반장 혜수.
친구들을 몰고 다니며
분위기를 장악하는 그의 성격 탓에
반 친구들은
혜수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하여 눈치를 보며 지내는데,
실수로 체육시간에 혜수의 뒤통수를 줄넘기로
친 사건으로 주경이는 혜수의 빵셔틀이 되어버리고 만다.
혜수의 보복이 두려워,
아니 그를 거부 할 용기가 나지 않아
영어학원에 갈때마다
초콜릿을 사다 바치고,
혜수가 시키는대로 나쁜 일을 돕고 자신의
행동에 괴로워하는 주경이!
결국 새로 전학 온
명인이의 구두 한짝을 교실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리는데...

혜수의 지시로 버린
명인이의 신발이 명인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선물한 신발임을 알고
주경이는 더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 한다.
왠지 마음이 찡했다.
그냥 장난의 대상이 될수
없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구두였는데...

"나처럼, 너도 그랬니?
쪼끔이라도..."
명인이의 이 말이 참 가슴을 울린다. "
나처럼 너도
그랬니?"
분명 주경이도 명인이처럼
그랬을것이다. 아니 더한 고통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제일 걱정이 되는건 바로
혜수... 그에겐 죄책감이란게 없다.
친구들을 갖고 놀줄만
알았지 어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참 마음이 아프다. 어른들 앞에서만 착한척 하는...
그에게도 역시
그렇게 변해버린 아픈 상처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상처를 제때에 치유해
주지 못하였기에 그렇게 삐툴어졌으리라...
어른들의 역할이 사뭇
중요하단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것 같다.
마지막 작가의 말 중 이런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라는 걸 해요. 하찮은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실수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태도에 달려 있을 거에요.
또한, 옳지
못한 경우를 당한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겠지요.
그럴 때 곁에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좋을텐데요 "


선생님이 상담실에서
나갔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종이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반성문" 이라고
썼다. 속이 울컥하고 목구멍이 꽉 막혔다. 혜수와 미진이도 여기 앉아서 이렇게 썼을 것이다.
선생님한테는 걔들이나 내가 똑같은
모양이다 ( 본문 93page 中 )
선생님은 아까 점심시간에 우리를 상담실로
모이게 했다. 그리고 화해하라고 했다.
혜수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다. 장난으로 그랬지만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건 나한테가 아니라
명인이에게 한 사과였다.
혜수가
나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기에 없었다. 억울해도
별 수 없었다.
내가 당한게 구두처럼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서... ( 본문 103page 中 )
본문 내용 중 위의 두
부분을 읽으며 참 마음이 아렸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이
외톨이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수도 있을듯 싶다.
이 책속의 주경이네반 선생님은 그리
현명하신 분은 아니신듯 싶다.
눈에 보이는 사건의
해결에만 포인트를 둔 듯... 참 아쉽네...
중심을 지켜야 하는 선생님의 입장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이들의 세심한 감정까지 살폈으면 하는 마음...
현실 속에서도 이런 데자뷰
현상들은 정말 많으리라 생각이 든다.
"억울해도
별수 없다... 내가 당한게 구두처럼 눈에 보이는게 아니라서... 눈에 보이는게 아니라서.."
그 누구에게도 사과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한, 구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
그 상처를 현명하게 보듬어
줄수 있는 건 부모 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