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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손님과 어머니 ㅣ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6
주요섭 글, 장호 그림, 김서정 해설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 응, 그래, 옥희 엄마는 옥희 하나문 그뿐이야.
세상 다른 건 다 소용없어.
우리 옥희 하나문 그만이야. 그렇지, 옥희야. "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한마디...
어릴적 엄마가 짜장면이 싫다고 다 내 앞으로 밀어주시던 마음과 같다고 할까요?
정말로 엄마는 짜장면을 싫어하고,
생선 머리를 더 좋아하고,
닭다리보다는 목뼈를 더 좋아했을거라 믿었던 어린시절...
얼굴이 붉게 변하는 엄마가, 아저씨가 정말로 화가 난줄로 알고
눈치를 보던 옥희의 동심을 통해 이 이야기를 봅니다.
하드커버로 만들어진 책의 앞면과 뒷면을 펼쳐 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
책의 중간을 툭 잘라내어 서로 마주보게 해 주고 싶지만,
책을 훼손하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이 두사람은 계속 등을 지고 다른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고정관념... 누가 뭐라하지 않는데도 그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1930년대에는 당연했던 봉건적인 윤리관에 갖혀
결혼한 아녀자는 남편과 자녀를 위하여 무조건 희생하여야 하고,
요즘 흔히 말하는 돌싱이라는 단어, 재가이라는 개방적 가치관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그리움을 붙잡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스물넷 과부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옥희의 눈높이에서 보는 세상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나름대로 상상을 하게 됩니다.
둘은 언제부터 좋아하는 마음이 들었던 걸까?
옥희의 유도질문에 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한다고 이야기 했을때부터?
옥희가 유치원에서 꽃을 몰래 가져와 거짓말 했을때부터?
아님, 첫눈에 반한걸까? 아빠 친구였으니 그 이전부터?
자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막장드라마가 되는건... 내가 이미 나이가 들어버려서일수도...

어머니와 아저씨가 주고 받은 편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옥희가 글자라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아...
살짝이라도 그 편지를 읽었으면 얼마나 좋아...
그 부분 역시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작가가 야속하기까지 하네요. ㅋㅋ
하긴... 만일 편지의 내용을 구구절절 서술했더라면, 30년대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저질 멜로가 되었을수도...


스물넷 어리디 어린 한 여인의 모습을
여섯살 옥희의 눈을 통해 바라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는건
이 이야기속 빈 공백들을
내가 직접 "이랬을것이다" 라며 채워나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속은 여리디 여리지만 겉은 가시로 둘러쌓여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선인장처럼
옥희 어머니 또한 그러했으리라...
학창시절에 읽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어른이 된 지금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은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을 지금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