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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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안있으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4주년이 돌아온다.

그분이 떠난 2009년 2월 16일...

하루종일 메스컴에서는 그분의 그림자를 찾아 가슴뭉클한 사연들을 쏟아냈고, 기독교, 불교, 천주교의 벽을 허물고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그분을 추모하며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난... 배타적인 종교 가치관에 모태부터 길들여져 있었던 탓에 그분이 이름 석자 외엔 구체적인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머리가 커가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고, 비교를 하게 되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럽지 않아야 할 신학도들의 비리와, 목사의 지극한 인간적인 욕심이 눈에 보일때마다

"어떻게 그런일이...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야!" 하며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목사는 절대 그러면 안되고, 전도사는 절대 그리해서는 안되는 유리알 같이 깨끗한 목회자의 양심을 동경했나보다.

 

신도의 머릿수로 대출금액이 결정되는것과, 교회를 사고파는 있을수도 없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그 과정에서 신도의 머릿수가 권리금이 된다는것도 충격이었고,  목사가 돈으로 박사학위를 사오고,

신도들의 힘들고 고된 신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작정헌금을 강요하고, 몸집을 불리기 위하여 증축을 하고,

개인의 소유에 욕심을 내고, 세습을 하려는 모습에 내 마음속에 품었던 동경의 유리알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다 그렇지 뭐... 목사든 신부든 스님이든... 다 그렇지 뭐... 그리 생각했다.

름이 조금 알려졌다는건... 그저 기업에서의 마케팅 성공으로 하나의 제품이 히트를 친것과 같은거라 생각했다.

 

그러한 색안경을 낀 내게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이라는 책이 왔다.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고 했던가?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 것 또한 의미가 있으리라...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난 무언가를 찾기 위하여 애를 쓴 것 같다.

지문이 뭔지도 모른채로 정답을 찾아 헤메는 모습이라고 할까?

그랬던 것 같다. 그래... 다 똑같지 뭐... 당신도  사람인데... 그런 사악한 마음이 깔려 있었던것 같다.

힘에겨워 숨만 겨우겨우 쉬고 있는 사람에게 창세기가 어떻고 마태복음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했더라면

난 그냥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제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높으신 분들의 모습...

책상앞에서 펜만 굴리며 세상을 이야기하는 정치, 경제, 종교계의 어른들과는 뭔가는 다른 그런 느낌들이

돋보기를 들이대며 오류를 찾기 위하여 기를 쓰는 내 모습을 순간적으로 얼려버렸다.

 

이유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론이 아닌,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사는 따뜻한 사람을 이야기 했기 때문에....

구지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믿음이 가는 그런 사람...

많은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50대의 중년여성이 40여년동안 간직해왔던 김수환 추기경의 친필 메세지가

힘들었던 10대 소녀에게 희망의 글이 되어 평생을 마음에 간직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분의 매력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 희망이 있는 곳에만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희망이 없는 곳에도 희망을 걸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

 

본문내용중에 있는 이 글귀 하나!!

내 마음속에 잔잔하게 이 글귀가 자리잡는것 같다.

 

난... 더이상 희망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두 발은 주일마다 교회를 향하고 있지만,

그곳에는  깨끗해야 하는 목자의 유리알들이 이미 산산조각 나버려

더이상 희망도 없고, 희망을 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생각했다.

거기에 희망을 두라고?

어떻게?

어떻게?

 

 

책속의 이 사진 한장을 바라본다.

이거였던가?

희망이 없는 곳에도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것이 이 의미였던가?

 

김수환 추기경의 뒷모습이 참 따뜻해 보인다.

마치 내가 저 사진속의 소녀가 된것처럼,

내 손을 잡고 묵묵하게 함께 걸어주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누구라도 좋다고 했던가? 그게 누구라도?

 

' 그게 바로 나라도 상관이 없으시다면... 당신의 그 소중한 친전 잘 받아 간직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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