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지겨워! 짜증 나! 저학년 사과문고 2
박혜경 지음, 최해영 그림 / 파랑새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 너도 숙제 도움이가 있었으면 좋겠니? "  

" .......... "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이가 말합니다.

" 아니... 처음엔 편하겠지만, 그건 내가 아니잖아... "

 

주인공 현명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 예쁘지만은 않습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엄마의 잔소리...

그리고 매일 매일 반복되는 숙제와 공부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저 역시도 그런 엄마의 잔소리들이 싫었습니다.

왜 꼭 지금 하려고 하는걸 1초앞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잔소리를 하셨을까요?

 

그토록 싫었던 일들로 기억하고 있는데,

저는 지금 아이 앞에서 도끼눈 뜨고 숙제검사하고, 하루일과를 체크하면서

예전의 내 엄마와 똑같은 목소리로 잔소리를 해대고 있습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주시는 선생님

 

검은 구름이 서울 하늘을 뒤덮었을 때, 명석이는 학교에 있었습니다.

교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기 위하여 우르르 창가쪽으로 몰려들었을 때...

선생님은 아이들을 혼내기는 커녕, 아이들과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죠.

시작페이지의 첫 장면을 보면서 선생님의 이런 모습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이럴 경우 선생님의 반응은 두가지입니다.

명석이 선생님처럼 아이와 함께 같이 눈높이를 맞추는 경우와

아이들을 다그치며 한눈팔지 말고 수업에 집중시키기 위하여 교탁을 내리치는 경우겠지요.

 

명석이의 일기에 재치있게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도 그렇고, 같은 하늘을 바라봐 주신것도 그렇고...

명석이 담임선생님처럼 아이들과 함께 감성을 나누실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아이 혼자 걷는 캄캄한 길

 

대부분의 부모가 명석이 부모같을겁니다.

왜냐하면... 내 아이 이므로, 내가 잘 안다는 착각을 하며 살기 때문에...

내 자식이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보다는 엄마의 추측된 감정으로 앞서 이야기 하고,

내 자식이기 때문에 잔소리도 아이 잘되라고 하는거고,

내 자식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도 너만할때는 그랬다, 나중에 니가 커서 철들면 엄마 마음 알거다.. 하는식의 이론을 성립시키려 하죠.

 

학원 끝나고 캄캄한 길을 혼자 걸을 때,

엄마 누가 나를 따라다녀요 라는 말 한마디에

엄마는 눈에 보이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아이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두려움을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서로는 각자의 눈높이로만 소통을 하려 하죠.

 

잠시 잊고 있다가 명석이와 명석이 엄마의 상황설정을 보며

내 아이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버럭여사! 바로 우리 엄마

 

아래의 그림을 보며 아이가 웃습니다.

숙제 했어?

빨리 밥 안먹고 뭐해?

일기 썼어?

다다다다다다~~~~ 입에서 나오는 수많은 질문뒤에는 버럭!!!

그런 엄마를 이 그림 한장이 대신해 주니까요.

책속의 모습을 통해 반성. 또 반성 합니다.

아.. 버럭! 하지 말아야지...

내 모습이 정말 아이 눈에 저렇게 보인단 말이야?  ㅋㅋ

 

 

 

 좋아! 재밌어! 행복해!

 

"싫어! 지겨워! 짜증나!" 라는 주문으로  숙제도우미 마녀를 불러 마녀가 명석이의 일을 대신 해 주었을때...

정말 좋았을겁니다.

숙제도 대신해 주고, 꾸중도 대신 들어주고, 먹기 싫은 반찬도 대신 먹어주고...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마녀가 대신하게 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칭찬도 마녀가 대신 듣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마녀가 대신 먹게 되는...

 

그럼 난... 난 누구일까요?

모든것을 대신해주는 마녀가 나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녀에게 모든 일상을 맡겨버린 내가 나일까요?

 

명석이는 그것을 깨달은것 같습니다.

그토록 싫었던 숙제가 그렇게 재미있어지고 행복했던 건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소중한 내 삶을 지금 현재 한땀 한땀 장식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인거죠.

 

 

 

어릴적 저도,

나 대신 무언가를 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편할까? 

실컷 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놀러도 가고.... 

 

로봇이나 마녀에게 모든 나의 일상을 맡기고

실컷 잠을 잔다면 난 정말 행복해 질까요?

원없이 게임만 하는 하루는 어떨까요?

 

아이의 시선을 확 끄는 제목으로

다른 책들보다 먼저 손이 가게 된 " 싫어! 지겨워! 짜증나!"

 

내 하루가, 

그리고 아이의 하루가 

좋고, 재밌고, 즐거워 지려 합니다.

하루아침에 무언가가 확 바뀐것도 아닌데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한 이유는

책속의 또다른 내가

내게 답을 주었기 때문인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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