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이 잠든 섬
제니퍼 트래프턴 지음, 노은정 옮김, 브렛 헬퀴스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 난 두개의 은하계를 손에 쥐고 있다.

이 은하계 속  생명체들은 영문도 모른채

갑자기 암흙에 휩싸였다가,

어느날은 뜨거운 이상기온에 신음하기도 하며

하나 둘 종말을 이야기 해대며 우왕좌왕하겠지?

 

나는 지금,

이 두개의 은하계를 캄캄한 서랍속에 가두어 두려 한다.

서랍속에 넣어둔 채 내가 잊고 지낸 몇일이 이 유리구슬 속 생명체들에게는

몇만년이 될지도 모를 시간의 블랙홀 속에서 난 아마 잔인한 괴물이 되어있을수도 있겠지...

 

 

이 작은 유리구슬 하나로 잠시 상상을 해 보았다.

정말 내가 상상한 일들이 사실이라면 정말 난 이 두개의 은하계 속 생명체들에게

잔인한 일을 한것이다.

 

영화 맨인블랙의 한 장면을 상상하며....

고양이 목의 유리구슬이 그러하고,

지하철 역사의 사물함속 세상이 그러하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은하계 역시 거대한 거인의 유리구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시'라는 질문 속에 태어난 환타지 동화 "거인이 잠든 섬"

 

375 Page의 두께는 거인이 잠들어 있는 언덕만큼이나 날 두렵게 만들었다.

어른인 나로서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이 환타지 동화를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두달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으며

아... 나의 상상력은 이미 녹이 쓸어 버렸나? 하는 생각을 하며,

젊어지려고, 최대한 늙은티 안내려고 몇일을 꼬박 붙들고 퍼시모니 스머지와 함께

세상 중심에 있는 섬으로 한발 한발 다가섰다.

 

 

 

심한 폭풍이 섬을 덮치던 날,
퍼시모니 스머지는 버드나무 숲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다.
언니와의 다툼으로 요술단지가 깨져 시어도어 할아버지에게 다시 요술단지를 얻으러 가던 중
폭풍에 모자가 날아가는 바람에 일어난 일!

 

모자가 날아가지만 않았으면 길을 잃어버리지도 않았을것이고,
언니가 빗자루를 던지지만 않았으면 요술단지는 깨지지도 않았을것이고,
요술단지가 깨지지 않았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다 언니때문이야... 라는 결론은 내며 씩씩거리는 퍼시모니!

 

어떠한 것이든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되짚어 보면 하나하나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것이 보이겠지만
막상 어려운 일이 내 앞에 닥치면

하필 왜 나한테만에서 시작해 이건 다 누구 때문이야... 라고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다.

퍼시모니 역시 10살꼬마이기에 언니를 탓하며 현재의 상황에서 궁시렁 궁시렁...

 

그로 인해 퍼시모니는 리프이터족도 만나고, 시어도어 할아버지와 함께 후추를 좋아하는

고상하신 루카스 왕도 만나고, 드르렁 동굴에 거인이 없다는 것을 밝혀 내기 위하여

모험을 하게 되고...

 

모험 좋아하는 꼬마숙녀가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할수 있었던건 언니때문?

언니 때문이야가 아닌 언니 덕분이야로 훈훈한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인가?

 

 

책속의 내용을 보면 가끔  상식을 뒤집는 부분이 보인다.

글자를 거꾸로 타이프한 것도 신선하고,

글자의 위치와 여백의 조화로 공간적 이미지를 준 것도 그러하다.

 

스토리에 푹 빠져 들어가다 가끔씩 나오는 한땀한땀 연필로 그린 삽화들!

나도 모르게 연필을 들고 뎃생을 하고 싶어지는 디테일한 선들이 나의 꿈을 춤추게 만든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요 밑그림 위에 색도 칠해지고, 움직이는 영상이 되어 영화 한편

다 만들 판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그러한것 같다.

누군가가 흰 종이 위에 점하나 딱! 찍어 놓으면 그로부터 모든 사건은 시작이 된다.

그 점 하나를 찍기 까지가 어려운 일이지

그 점 위에 덧칠을 하든, 선으로 연결을 하든 면을 만들든

각각의 상황에 따라 무언가가 거창하게 만들어 진다는 것!

 

점하나 찍는거 뭐 그러 어렵겠어?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할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용기"있는 자만이 할수 있는 일!

자의든 타의든 그 용기있는 일을 시작한 사람만이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고, 모험을 하게 된다는것!

 

 

 

우리 주변에도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당연한 일들일까?

 

늘 반복되는 일들을 겪게 되면 우린 그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풍당당 마제스틱산이 산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고 해서 그리 불편하지 않고,

원래 그 산은 늘 그랬으니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오늘 한번,

늘 그렇든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보고 싶다.

모험의 시작은 바로 거기!!

 

왜? 라는 질문부터 시작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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