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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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나라에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이름을 알린 알랭 드 보통이 이번에는 여행에 관한 책을 써냈다. 앞서 얘기했듯이 여행의 기술이라 하여 이런 류의 여행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 책에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부터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 등등 '여행'을 주제로 한 각각의 물음에 대하여 펼쳐낸 지은이의 성찰이 담겨있다. 그것도 플로베르, 훔볼트, 워즈워드, 고흐, 러스킨, 호프 등 예술가와 사상가 등을 안내자로 삼아서 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호프의 그림에 푸욱 빠지게 되어버리는 기쁨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읽으면서 어찌나 마음에 드는 내용과 문장들이 많은지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가 그러한 부분마다 급한대로 책 귀퉁이를 접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그 바람에 나중에 책을 덮고보니 책 귀퉁이들이 모두 우둘투둘해져버렸다. 마음에 든다고 책에 줄을 치는 경우는 있었어도 접어버리는 일은 흔치 않은지라, 덕분에 이 책은 내 사랑을 흠뻑 받았다는 증거를 몸에 지니게 된 것이다.

...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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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의 마력
서준원 지음, 이유경 그림 / 바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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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그만 소책자인데 가격이 만원이 넘는다.
(벌써 책 리뷰하면서 가격 얘기하면,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뜻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매우 재수없는 책이다.

어떠한 사항에 대해 비판 또는 비평하는 것은 충분히 용기있는 일이고, 또한 자극적이고 발전적인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기호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그 아무리 철학적, 형이상학적 수사로 현란하게 잘난 척해도 치졸할 뿐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의 에스프레소 취향을 만족시켜줄 만한 카페가 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음을 통탄한다. 얼토당토않는 에스프레소를 내려놓고는 이 에스프레소야 말로 모든 명사들이 찾아와서 먹는 훌륭한 것이라고 자랑하는 카페주인을 뒤돌아서서 비웃는다.

저자가 볼 때에 그 카페 주인은 에스프레소의 e자도 모르면서 감히 에스프레소 매니아이자, 에스프레소의 철학을 이해하는 자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죄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에스프레소라는 가치있는 것을 두고, 싸구려 커피를 마셔대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경박한 취향에 매우 통탄스러워 한다. 그 대목을 잠시 볼까 ? (책에 있는 이 대목은 아래 님 리뷰에서 그대로 복사해왔습니다. 저와 똑같은 부분을 인용하셨기에...)

".... 그 두렵고 아쉽기 짝이 없는 한두 번 만의 키스, 애정에 굶주린 당신에게는 너무나 감질날 것 같고, ........그래서 당신은 키큰 우윳빛 잔에 따뜻한 담자색으로 물결치는 창녀처럼 쉬운 아메리칸 커피에 지폐를 올리고 싸구려 키스를 수없이 해대다가 카페의 문을 나서곤 했다. 때때로 지폐 한장을 더 얹으면 벌겋게 화장을 한 헤즐넛 커피의 진한 분냄새도 살수 있다........."

드립식 아메리카노가 우아한 것인양 먹는 사람들, 게다가 헤이즐넛 향커피라니! 저자는 한껏 고상하여 이같은 사람들에 대해 현란한 수사로 조소를 날려준다.

또한 사상의 깊이는 1cm도 없어 보이는 여자가 어쩌다 한번 맛본 프랑스 요리와 와인, 그리소 진한 에스프레소를 그리워하는 것에 대한 묘사에서는 철저히 그녀는 그러한 것을 음미할 가치가 없다고 정의한다. 그녀같은 수준에서는 그저 헤즐넛 커피나 마셔야 할 듯한데 감히 에스프레소를 그리워 하다니.

에스프레소를 즐기려면 적어도 자신처럼 철학박사학위를 지녀주셔야 할 것인가 ?

다른 사람의 취향을 비웃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지식에 걸맞는 겸양을 지닌 후에 책을 쓸지어다. 현란한 사진과 현학적인 수사, 빳빳한 종이로 자신의 취향을 돈내고 사보라고 광고하기 이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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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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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내용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목이나 겉의 사진을 보면 뭔가 심각한 내용이 흐를 법한 책으로 보이지만(아닌가요?;;),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그러면서도 진지한 여행기입니다. 생각해보니 여행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글쓴이는 결국 그 나라에 정착했거든요.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이미 제파라는 이 저자는 스물 네살에 결혼과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별 특별한 일도 없었고 남들보다 불행할 일도 없었고 그냥 아무런 문제없이 평범하게 잘 살아왔지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정말 어느날 문득 무언가 답답하다는 생각에 빠져들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풀려왔던 인생이 부족해보이고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막연한 기분에 결국은 우연히 보게된 부탄의 선생님 모집 공고를 보고 뭐에 홀린듯 짐을 꾸려 떠나갑니다. 약혼자와 가족의 만류와 걱정 속에서도 말이지요.

자, 여기까지... 읽으면 뒤에 뻔한 스토리가 그려지나요 ? <문명과 민주주의, 합리주의>라는 세례를 받고 자라난 백인 여성이 <역사와 전통, 신비주의>로 가득한 나라에서 겪을 문화적 충돌과 갈등,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고 마침내 사람들과의 소박한 정과 삶에 푸욱 빠져 정착한다는 얘기 말이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책은 유쾌합니다. 결론적으로야 저런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지만 전형적이지도 않구요. 제이미 제파는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해내야겠다는 사명감이나 의무감, 또는 자신을 바꿔보겠다는 신념, 여행과 경험을 통해 산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이 애시당초 없어보이기도 했구요. 왜냐면 출발 자체가 너무나 즉흥적인 결정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부탄에 가서도 계속 좌충우돌합니다.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철저한 사전준비없이 새로운 환경 속에 놓인 사람이 그때까지 자신의 환경속에서 누적된 습관과 지식과 문화적 코드를 새로운 곳에서 어떻게 적용해나가는지, 그리고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기존의 삶의 태도가 얼마나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또는 얼마나 해악이 되었는지를 온 몸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점차 변해가고 달라져 갑니다.

이 변화는 매우 의미있고 커서 책을 따라 가는 독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모두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지만 삶의 의미와 태도와 목표를 결정할 수 있는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큰 모험을 강행한 제이미 제파는 대단한 사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같이 평범합니다. 그런 부분은 책을 보면 많이 느끼죠. 그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실 매우 감동받았습니다.

부탄에 대한 얘기들도 매력적입니다. 부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개념이 없던 저는 그녀의 묘사를 통해 부탄에서의 자연과 삶, 역사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되었답니다. 티벳이나 네팔이 그러하듯 부탄도 바람처럼 가벼운 삶을 느끼기 위해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게 해주더군요. (물론 이들 나라가 여행자가 생각하듯 멋진 이상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것도, 가보기만 한다고 해서 당장 정신수양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매우 잘 알고 있답니다. 부탄의 현실 또한 냉정하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저자가 매우 유쾌발랄하거든요.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에요. 그리고 부탄에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저도 떠나버릴까요 ? 한국어 가르치러 ? 여하튼, 삶의 나른함을 느끼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시는 이처럼 강렬하고 멋진 꿈을 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충분히 살 때까지, 이곳이 나의 피와 뼈와 세포에 스며들 때까지,
이곳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나를 변화시킬 때까지는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 Jamie Zeppa, "Beyond the Sky and th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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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
다카이 노부오 지음, 은미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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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로운 자기계발 화두가 일본의 장기 불황속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왔다고 한다. 이른바 아침형 인간. 우리나라에도 이와 관련하여 현재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한스미디어』, 『아침형 인간 성공기/사이쇼 히로시/21세기북스』,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다카이 노부오/명진출판사』, 『아침형 인간의 비밀/사이쇼 히로시/아카데미북 』 등 4권에 이르는 책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자기계발류의 책들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인간관계의 전략과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성공으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반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모두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끌고 나가기 때문에 나 같은 일부 독자들에게는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의 주장이 그러하듯, 과학적이거나 사실에 의거한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증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주장과 지침을 반복적으로 늘어놓고 있는 점도 단점이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는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상식적이고 단순한 메시지를 조용히, 그러나 일관되게 설파한다.

“인류는 수백만년 동안 아침형으로 일해왔다. 그러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이 가장 능률적이고 효율적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식의 뻔한 얘기를 뭣하러 읽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아는 이러한 얘기를 제대로 실천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한번 자극과 각성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자기 발전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친절하게도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제공함으로써 손쉽게 따라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도 어려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리하지 말고 첫날은 30분만 일찍 일어나도록 해본다. 연속 3일동안 30분만 일찍 일어나도 우리 몸은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속 3일 30분만 일찍 일어나는 것에 성공했다면 같은 방법으로 다시 30분씩 더 일찍 일어나본다. 계속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1~2시간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절약한다는 기쁨보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의 의지하에 조절할 수 있다는 데에서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저자가 제시하는 따라하기 단계는 결코 어렵거나 무리한 내용이 아니라 상식적이고도 간단한 내용이라 적절한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몇몇 지침은 상당히 유용하고 마음에 와닿아 조금씩 실천해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모두들 이렇게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은 오전 7시 20분 이전에 일어나는 사람들에게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인 것이다. 또한 사람의 수면 패턴은 유전적 차이 즉, 일찍 일어나는 사람과 늦잠꾸러기의 차이는 ‘Per3’라는 유전자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방의학에서도 태생의 체질에 따라 아침형인지 올빼미인지가 구분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생체리듬과 삶의 목표와 달성 방법을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맞는 時테크를 실천하는 것이 저자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아침형 인간’ 이라고 볼 수 있다.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이냐 말 것이냐,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단순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냐의 여부로 판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얼마만큼 효율적인 삶을 운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 의지를 확인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단계별 자기 관리를 통해 사소한 습관이나 나쁜 버릇들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좀더 효율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스스로의 인생에 활력과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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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인생을 망치는 열가지 방법
로라 슐레징어 지음, 형선호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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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인생을 망치는 열가지 방법'이란 책이 있다면 아마 그 열가지 중 한두가지 정도만 '여자'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여자가 인생을 어떻게 망치는 가에 대해 기술한 이 책에서 제시한 열가지는 모두 남자와 관련되어 있다. 물론 그것은 저자의 의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결국은 여자에게 있어서 남자는 '남자의 인생에 있어서의 여자'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며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책에는 여러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뜻한 바인 용기를 자극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대한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최선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애써 외면하려 든다는 것이 문제이다. 용기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용기 없이는 이 모든 것들이 공허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어떠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나 ?

아니다. 단지 용기를 내야만 내가 변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했을 뿐이다. 아직 언제 어떻게 용기를 내야하는 지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이것은 저자의 몫이 아니라 독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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