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유화를 멈춰라 - 민영화 그 재앙의 기록
미헬 라이몬.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김호균 옮김, 김대중 그림 / 시대의창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다가 생긴 궁금증 및 사례들을 참고하기 위해 찾아본 책. 오스트리아에서 녹색당과 시민단체 활동을 한 저자들이 전 세계 각 분야의 민영화 사례를 자세하게 분석해놓았는데, 사례의 생생함과 다양성, 그리고 그 내용의 깊이 덕분에 첫 장부터 입이 떡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니, 입만 떡 벌어지는게 아니라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막연하게 내가 알고 있는 민영화의 목적은 '공공서비스부문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 정도였다. 게다가 사소한 서비스 불친절이나 답답한 프로세스 등을 직접 겪거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을 볼 때에는 민영화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니 민영화라는 말이 거의 공포에 가깝게 와닿는다. 사실 Privatization을 번역한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에서는 이러한 거부감을 갖기 어렵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반대 개념인 민영화가 맞는 듯 하지만, 결국 그 이권이 특정 기업-대부분은 재벌이거나 다국적 기업-에게 한정적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민영화 대신 "사유화"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말한다. 책 제목도 민영화 대신 사유화라고 되어 있다.

여하튼간에 처음 등장하는 영국의 철도 사례에서부터 가장 충격적이었던 수돗물 민영화 사례까지, 의료, 물, 에너지, 교육, 연금 등등 각국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 그것도 나름 복지국가로 이름난 북유럽에서까지 벌어진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아직까지 그 정도 단계는 아닌 우리나라가 훨씬 좋은 나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통상 우리는 민영화를 할 경우, 경쟁력이 강화되어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요금을 인상하고, 돈이 되는 부문에만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없게 되며, 오히려 비효율적인 자원의 분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막대한 정부의 재원, 즉 세금이 투여된다.

결국은 일반 시민들은 제대로 된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세금으로 재벌 또는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보존시켜 주는 꼴이 된다. 방만한 경영과 낙하산 인사 등 공공부문 서비스에 대한 비판은 철저한 감사와 시민 감시, 내부 혁신 등을 통해 개혁해야지, 누군가의 입에 덥썩 넣어주어서는 안된다. 답답한 현실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의 세계 일류, 경쟁력, 선진....어쩌고라는 말에 혹해서 민영화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사유화는 결국 국경을 넘어서는 철저한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의해서이다. 특히 세계은행과 다국적 기업의 결탁에 의해 진행되는 사유화는 제3세계 국가들을 철저히 종속시키고 빨아먹게 된다. 재정 위기에 처한 수많은 나라들은 세계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댓가로 알토란같은 공공부문을 민영화해야만 하고, 이 부문은 다국적 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는다.

여하튼, 세계 각국의 이러한 사유화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프다. 게다가 사례 중심이라 쉽게 쓱쓱 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