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센트의 부자들과 99퍼센트의 우리들 - 빈곤 퇴치를 위한 12가지 제안
태비스 스마일리 외 지음, 허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온 가족이 장을 보러 가는 날은 무척 신나는 날이였습니다.

카트 한 가득 가족들의 다양한 먹거리들과 간식 거리가 쌓이는 모습은 보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는 재미난 기억이였죠. 물론 그때 샀던것처럼 지금도 살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 대답은 '살 수 없다.'라고 답할 거예요. 그때와 지금의 화폐 단위 가치는 전혀 다르니까요. 

 

또 다른 기억을 꺼내볼까요?

어린 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돈도 벌면서 자취 생활을 즐기며 살아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그 드라마 속의 멋진 여주인공들처럼 될거라는 상상이였죠.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집이나 차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거라는 상상. 이 상상은 대학교 졸업 후 사회 초년생때까지도 꿈꾸왔던 꿈이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어떠냐고요? 저는 부모님의 도움은 둘째치고, 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제 힘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서울은 숨만 쉬고 10년 한 푼도 빠지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 삶이 나를 위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인지 노력해서 돈을 모아도 삶이 나아지는 것이 없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삶을 향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지금의 삶이야 한 달 열심히 일 한 돈으로 저축도 하고, 생필품도 사고, 매 월 행사가 있을 경우 경조사비로 내기도 합니다. 인간이 살면서 필요하다는 것들을 다 하고 산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문득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어찌될까요? 갑자기 집안에 큰 돈이 필요하다면? 내가 유지하던 이 생활의 줄타기가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져버리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한순간의 사건으로 내가 재기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그것을 과연 현실 도피를 위한 징징거림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동안 참 재미있었던 것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상황이 지금의 우리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 입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은 더 극빈한 빈곤층이 되었는데, 정작 가진자들은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지요. 흔히 돈은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번다라는 말이 미국에서도 틀리지 않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죠. 더 재미있는 건, 이 모든 것이 내가 뽑은 사람이 성실하게 일하지 않았고, 가진자들이 더 많이 가지고 위해 벌인 일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책은 미국의 상황을 통해 지금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기 좋은 책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을 조금 더 정확하게 보는데에는 문제는 없습니다. 단, 아쉬운점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에 대비한 대비책으로 제시해 둔 내용이 마음에 깊게 와 닿지 않는 다는 것 입니다. 물론 좀 더 현실적인 대비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당장에 실천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만, 문득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노력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변해가는 것은 아닐지 - 지금의 시대에 내가 조금 더 현명하게 이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 밀려옵니다. 

 

과거 빈곤층의 다른 말은 게으르고 책임감없고 무기력한 베짱이와도 같은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개미들에게 추운 겨울 더 따뜻하게 지낼수 있듯이 빈곤층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요? 돈 많은 베짱이는 추운 겨울에도 걱정이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은 추운 겨울에 비싼 기름값을 아끼고자 더 춥게 지내는 상황입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자 노력했던 개미들에게 겨울은 더 혹독하게만 다가옵니다. 이야기 속에서 배웠던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들이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주던 우리들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우리에겐 더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순간입니다. 최근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도 많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듭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지금 순간 변화가 아닌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되는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매이신 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보상을 준다는 교훈만큼은 변하지 않는 세상을 지키고자 한다면, 우리도 무언가 알아야 될 테니까요.

 

 

PS.

-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책 입니다. (다른 의미로-)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뭔가 암담하기만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매듭을 풀어야되는지, 윗 세대의 잘못을 다음 세대가 피해를 입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 이미 그런 상황을 여러번 거쳐왔음에도 우리는 왜 반성하고 고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이 책 서평을 쓰면 쓸수록 어떻게 마무리 해야 될지, 그저 자판 위에 손가락이 머물러만 있을 뿐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