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어제도 야근을 하면서, 도대체 24시간 중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생각했다.
집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회사에는 전용 슬리퍼와 치솔, 치약, 빗, 거울은 말할 것도 없고 비상약과 개인 수건에 안마봉도 있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았다가도 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취소하기가 일쑤이고, 그렇게 바쁘다고 외치는 가운데서도 메신저로 회사 사람들과 잡담에 빠지기도 한다.
또 멋대로 구는 주세페씨 같은 상사와 실적을 가로채려는 카르델리니 같은 동료까지 나를 괴롭힌다. 

그러니까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는 바로 내 일기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아니, 모든 직장인들의 생활을 대변한 것이다.

재미있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저자인 페데리코 두케스네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기에 글에 생생함이 살아 있고, 이탈리아식 유머나 문화, 트렌드가 소설에 잘 반영되어 있어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새 책이었다.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고 해서 이 소설이 그저 신변잡기만 써 놓은 게 아닐까 오해하지 말기를. 노련한 스토리 전개로 처음에는 엉뚱하고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이야기에, 특히 사이사이 끼어 있는 Coffee Break는 다소 글의 흐름을 깨는 듯 느껴졌었지만 어느 새 몰입하게 되고, ‘반전’에 이르러서는 순간 소설 속의 그 장면에 내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강렬했다. 물론 주인공 안드레아 캄피의 행동과 최종 결정은 모든 직장인의 로망을 의식한 듯 보이지만, 그러기에 우리가 이렇게 소설을 읽는 것 아닐까. 간접체험과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서…

그나저나 변호사의 삶이란 게 정말 이렇다면, 좀 애처롭기까지 한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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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알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와, 일본추리소설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어 이후 그의 소설이라면 그냥 덮어놓고 읽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사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 소설에 더 가까운 편이다.
영화로 더 유명한 ‘비밀’이나 ‘백야행’을 보면 정통 추리소설과는 그 주제나 내용이 특이한데, 그것이 그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생각된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교통사고라는 소재로 구성된 이 여섯편의 연작 소설은 그러한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최대치로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로서의 탄탄한 플롯과 미스터리한 우연과 인연의 엇갈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주인공과 같은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버리지 마세요’ 였다.
어렸을 때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누군가 창 밖으로 무심코 뭔가를 버렸는데 그게 뒤에서 오고 있던 차 앞 유리에 부딪혔다고 얘기하던 옆 좌석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사소한 행동이 얼마나 큰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경고하는 그의 글이 마치 그때의 상황을 바로 앞에다 불러온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 현실감으로 읽는 사람으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분리대’나 ‘위험한 초보운전’도 흥미로운 내용과 함께 결말을 짐작조차 할 수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누구라도, 아니 그의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스터리와 추리소설 팬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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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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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는 여행일기! 킬킬거리며 유럽을 한바퀴 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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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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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코넬 울리치라는 이름이 생경해서, 제목이 가지고 있는 조금은 유치한 느낌 때문에, 책에 쏟아진 너무나 많은 찬사들에 지레 질려버려서 하마터면 이 책을 오해 할 뻔 했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고전 리스트에 항상 오르는 ‘검은 옷의 신부’와 ‘환상의 여인’의 작가라는 말을 듣고 이 책의 내용이나 그 전개방식의 독특함과 탁월함에 수긍이 갔다.

책의 주인공 숀은 정말 우연히 길에서 만나 목숨을 구해준 진으로부터 그녀가 겪은 이야기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내려진 가혹한 예언에 대해 듣게 된다.
이 후 숀은 경찰 상관과 동료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이 예언의 비밀을 풀고,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파헤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과연 3일 후 자정, 그 예언은 실현될 것인가.

다 읽기도 전에 팽팽한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이나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가려던 손을 멈추게 하느라 힘들었다.
운명에 대한 “선고”는 그것이 내려진 시점에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설사 심심풀이로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읽었다 하더라도 뭔가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나면 오늘의 운세가 맞았음에 작은 희열을 느낀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작가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탁월한 묘사와 문체로 구현해 내고 있다.
오랜만에 이렇게 서술적인 표현이 풍부한 책을 읽게 되어서 기뻤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서스펜스’는 라틴어로 ‘매단다’는 뜻을 가진 'suspensus'가 어원이라는데, 이 책은 마음을 졸이며 끝까지 매달려서읽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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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아프리카 -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
조세프 케셀 지음, 유정애 옮김 / 서교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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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왠지 멀게 느껴지고, 그래서 가까이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래서 더욱 신비로운 곳이다.
제목에 이끌려 선택하게 된 ‘소울 아프리카’
작가 자신의 여행 에세이로 여겨질 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 책은, 그래서 두 개의 중심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방금 말한 아프리카의 대자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성장통’

특수한 환경에서 자란 파트리샤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은 그 결과를 짐작케 하면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의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왜 모든 성장의 끝에는 아픔을 수반하게 되는 걸까?
그것은 우리도 이미 지나온 길이지만,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아무것도 꺼릴 것 없던 어린아이에서 책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정 짓게 되는 지식을 쌓아가는 어른으로 넘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맹수를 친구로 가지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난 그랬다.)
파트리샤의 킹에 대한 애정과 자만심에 가까운 우월의식은 그런 내게 질투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마도 화자인 ‘나’에게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서 ‘내’가 정말 그곳에 있는 듯, 너무도 생생하게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느끼고 파트리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특히 야생동물에 대한 묘사나 킹의 멋진 모습, 마사이족의 ‘마니에타’라 불리는 집을 짓는 모습(난 여기서 거의 그 냄새를 맡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전사들의 춤과 싸움 등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여기에 모두 펼쳐놓았다고 생각된다.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꿈꾼다면, 그곳에 가기 전에 꼭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어떤 여행서보다 더 생생하게 아프리카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어린 시절의 꿈을 기억하고 싶다면, 꼭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가족 간에도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히고, 그런 가운데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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