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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코넬 울리치라는 이름이 생경해서, 제목이 가지고 있는 조금은 유치한 느낌 때문에, 책에 쏟아진 너무나 많은 찬사들에 지레 질려버려서 하마터면 이 책을 오해 할 뻔 했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고전 리스트에 항상 오르는 ‘검은 옷의 신부’와 ‘환상의 여인’의 작가라는 말을 듣고 이 책의 내용이나 그 전개방식의 독특함과 탁월함에 수긍이 갔다.
책의 주인공 숀은 정말 우연히 길에서 만나 목숨을 구해준 진으로부터 그녀가 겪은 이야기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내려진 가혹한 예언에 대해 듣게 된다.
이 후 숀은 경찰 상관과 동료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이 예언의 비밀을 풀고,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파헤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과연 3일 후 자정, 그 예언은 실현될 것인가.
다 읽기도 전에 팽팽한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고 몇 번이나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가려던 손을 멈추게 하느라 힘들었다.
운명에 대한 “선고”는 그것이 내려진 시점에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설사 심심풀이로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읽었다 하더라도 뭔가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나면 오늘의 운세가 맞았음에 작은 희열을 느낀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작가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탁월한 묘사와 문체로 구현해 내고 있다.
오랜만에 이렇게 서술적인 표현이 풍부한 책을 읽게 되어서 기뻤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서스펜스’는 라틴어로 ‘매단다’는 뜻을 가진 'suspensus'가 어원이라는데, 이 책은 마음을 졸이며 끝까지 매달려서읽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