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친애하는 벽난로 너머 당신에게 친애하는 벽난로 너머 당신에게 1
프티차 / FEEL(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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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원곡의 Happy Xmas(War is Over)입니다. 리뷰 제목도 노래 가사에서 빌려왔어요. 책을 읽는 내내 이 곡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더군요. 중반에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아예 BGM으로 깔아놓고 읽을까 생각했었는데, 무음성 버전이 있으시다면 BGM으로 삼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책의 시작으로도 생뚱맞은 편이지만, 소설의 주인공인 헬렌 앳웰은 더 뜬금없이 편지를 몇 통 받았습니다. 헬렌은 한참 전쟁 중인 나라의 비행대대 여성 편대 소속 병장으로, 이름이 어디 노출되었을리도 없는데 (발신자에 따르면)벽난로를 통해 왔다는 발신자 불명의 이상한 편지를 받은 것이죠.

발신자는 심지어 세 번째 편지에서야 자신의 이름이 에녹 그리어라고 말하고(자신이 마법사라고 말한 것은 두 번째 편지에서였습니다), 헬렌은 그제서야 머리에 단 꽃이나 떼라는 퉁명스런 답장을 보냅니다.

 

에녹과 헬렌은 그렇게 편지 왕래를 시작합니다.

전쟁이 무언지 모르지만 마법을 사용하고 까마귀를 대접하며 셰프 생쥐에게 라따뚜이 요리법을 사사받는 마법사 에녹과,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마법의 세계 이야기를 마음 속 한 구석에 묻어둔 채 자라나고 오랜 전쟁과 친한 동료들의 전사로 인한 PTSD를 겪는 헬렌은 한 번 얼굴도 마주치지 못한 채 편지로만의 왕래를 계속하죠.

이 편지는 한 때 헬렌의 PTSD 증세를 완화시키는 등의 효력을 발휘합니다만, 그로 인해 그녀는 치료 권고 대상에서 벗어났고 공군 에이스라는 앨릭 모튼 소령의 델타 포 편대에 속하게 됩니다. 델타 포는 공군에서 가장 유능한 조종사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고확률로 몇 달 안에 죽게 된다는 편대였죠.

 

모튼은 헬렌과 그녀의 새로운 동료들이 노래자랑 대회를 여는 현장에 끌려왔다가 헬렌의 노래를 듣고는 도망칩니다. 헬렌은 그를 보며 식민지 혈통인 자신이 살아오면서 받아왔던 온갖 부당한 대우를 떠올리고, 그 이야기를 에녹에게 보내는 편지에 풀어놓으며 자신의 진짜 이름인 까미유 로랑을 밝히죠.

그리고 다음날, 모튼은 헬렌에게 노래를 듣고 도망친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식민지 혈통인 헬렌의 정체성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어떤 단어가 문제였다는 말에, 헬렌은 그가 자신의 노래에 등장한 단어를 전부 알아들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확인할 겸 하나하나 단어를 읊다가 사샤라는 이름에서 그가 또 다시 도망치는 것도 봤고요.

에녹에게 두 번째 편지를 쓰며 모튼과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꺼냈던 헬렌은 자신을 위해 마법을 부려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열 살 시절의 크리스마스로 돌아가 역시 어린 시절의 에녹을 만나죠. 그리고 그에게 까미유라는 이름을 허락하고, 고백 받으려고 하는 찰나에 현실로 돌아옵니다.

 

델타 포의 지원 사격으로 동원된 헬렌은 PTSD로 인한 순간적인 혼란을 겪고, 전투가에서 탈출합니다. 자신이 떨어진 곳이 적군 기지 근처라는 걸 깨닫고는 자결하려다가 누군가가 낙뢰를 떨구는 걸 보았고, 정신을 차리고서는 모튼이 다른 동료를 버리고 자신을 따라오는 무책임한 일을 저질러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죠. 시체를 뒤져 찾아낸 거울 속에서 본 마을은, 모튼과 헬렌을 그 마을 안으로 데려다줍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녀와 마법사들이 사는 아주 신비한 마을로.

 

 

 

 

 

취향의 판단은 서간체와 분위기에서 갈립니다. 편지가 등장하는 분량이 꽤 긴 편인데다가(282페이지 기준으로 96페이지까지 꾸준하게 나옵니다) 암울하게 그려지는 현실과 에녹이 말하는 마법사의 일상이 얼핏 상당한 불협화음처럼 보이거든요.

둘이 괴리감은 앨릭과 헬렌이 현실에 없는 마을로 떨어지면서 어설프게 봉합되는가 싶더니, 두 사람이 아닌 제국군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학살당하면서 다시 벌어집니다. 그리고 둘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를 헬렌에게 강요하죠.

 

 

로맨스소설이지만 로맨스의 내용은 극단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앨릭이 헬렌에게 갖는 감정은 연애라기보다는 숭배에 가깝고, 본편만으로는 헬렌이 앨릭에게 연애 감정을 갖긴 했는지 의문스럽거든요. 편지 대상인 에녹이라면 대충 수긍할지도 모릅니다만…

어쨌든 소설 분위기가 그런 덕분에 오히려, 전쟁 없는 크리스마스를 바라던 음악이 걸맞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물론이며 잔혹한 현실에 침범당했다가 정말 환상의 세계로 떠나버린 마법사들의 마을, 학살당하고 멸시받다가 떠나버린 사람들과도 절묘하게 어울리죠.


 

 

그 어떤 사람들도 네 행복을 빼앗아 갈 수는 없어. 기분 나쁜 일이 생겼다고 네 하루 전부를 우울감에 갖다 바쳐서는 안 돼. 그러면 네가 지는 거야. 슬픈 일이 생기면 네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 앞으로 그런 일들이 몇 번은 더 생길 텐데, 그 때마다 하루를 통째로 날리게 되면 손해잖아. 그리고 너는 그런 손해를 감당해야 할 만큼 못난 사람이 아니잖아...... - P233


앨릭은 어쩔 수 없는 겁쟁이였고, 까미유는 그녀를 향해 제발 죽으라고 외쳐 대는 세상을 향해 싸우는 영웅이었다.
그러니 살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또한 그녀의 은혜를 입어 살아난 목숨이었으니.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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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스테론의 성자 2 (완결) 시스테론의 성자 2
8910 / 베아트리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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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둘은 꽤 앙큼하고 분위기는 세상 음울한데 그게 꽤, 잘 어울립니다. 훌륭!(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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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화이트아웃 1 화이트아웃 1
리베냐 / 텐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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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머리부터 미드나 헐리웃 영화 회상씬 같더니 책 전체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좋고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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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외정사 1 인외정사 1
지미신, 조유진, 언정이 / 틴케이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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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는 작가분 누구신지 궁금할 정도로 멋지고 내용은 그보다 더 멋집니다. 서양풍 인외물 좋아하시면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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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 문이 열리면
김로아, 이인혜, 마약젤리 / 디앤씨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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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은 뭘 잡아도 평균 이상은 하고 이것도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장편으로 보고 싶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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