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키즈의 생애 - 안은별 인터뷰집
안은별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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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트위터에서 누가 추천하는 걸 보고 관심 가졌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보다 보니 그때 트위터에서 추천한 사람이 이 책 인터뷰이 중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2. 막상 읽다 보니, 같은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공감하기에는 인터뷰이들 이력이 많이 독특했다. 직업이 다양한 건 물론 그렇겠지만, 특히 학력 면에서 민사고니 대안학교니 하는 단어가 수시로 나오는 점이 그랬다. 반대로 가정사가 아주 복잡했던 경우도 있다. 대체로 중간이 없다고 느꼈다.(어쩌면 ‘중간이 없다’는 것조차도 의도한 것일까?) 그나마 공감할 수 있었던 사람이 뒤의 2명인데, ‘지방’과 ‘여성’이라는 키워드에 공감한 것이었고, 나머지 이야기는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봤다. 피차 아직 젊은 사람들인데도 이런데, 나이를 더 먹으면 이들은 내게 얼마나 낯선 사람들이 될까.


3. 신기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나와 공통되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는 점이다. 예술/문화 분야에 대한 열정(문화개방시기 어린이였던 사람들의 특징일까?)이 제일 비슷하고, 그보다는 간접적이지만,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같은 삶을 좀 막연하게 느끼는 감각도 비슷하다. 뭔가 선택할 때 좋은 것을 고르기보단 싫은 것을 피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장기 계획을 세우지 못하거나/않고, 자기 자신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도 현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사실 나는 나만 이런 줄 알았다. 특히 계획을 못 짜는 것과 생활기반을 불안하게 느끼는 건 오로지 내 문제라고 생각했고, 좀 더 나가 봐야 젊은이의 특성일 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런 감각이 IMF 시기 미성년이었던 세대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국민이 별안간 신자유주의의 파도에 휩쓸리며 자기가 알아서 위기를 돌파해야 했던 그런 시기에, 양육자에게 생존권을 의탁해야 했던 세대의 특성. 안정된 직업의 인기도,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니라 좀 더 심리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4.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도 도움이 됐다. IMF가 단순히 돈 빌려주는 중립적인 국제기구가 아니었고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국가안전망 자체를 무너뜨려 버렸다는 걸 그 영화에서 배웠고, 그 시절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같은 걸 당시는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체험했었지만 지금은 어른의 눈으로 새롭게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 인터뷰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5. 여전히 좀 더 내용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터뷰를 보고 싶었다는 아쉬움이 있고, 이 세대를 다룬, 모범이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내 또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늘 흥미가 가고 궁금한 주제이기도 하고, 이걸 읽음으로써 적어도 불안한 게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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