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강명관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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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 어떤 것이라도 인간의 해방을 위해 방향을 잡았다면 그것은 고전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소수의 특권층을 위해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혹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한다면 그것은 고전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표지가 맘에 들어 책을 폈다.

어떤 글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어떤 글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로 얼마전 읽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과 같은 깨달음의 맛이 없다는 거다. 가슴속을 파고 들며 작은 물결이 번지다가 큰 물결을 만나 마침내 솟구치는 떨림이 아니라, 짤막짤막 터지다가 그대로 사그러 드는 물방울에 잠시 옷깃만 적시다 만 기분이다. 전문가가 만나는 옛 사람이 그저, 현대인의 행동에 어떤 귀감을 주는지 두 페이지에 걸쳐 일기 쓰듯 적어놓고 만다면야 굳이 한문학자의 손을 빌릴 필요가 있을까? 촌철살인이라는 말도 있기에 분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과연 두 세 장에 걸친 글이 한 편의 논문을 농축할 정도로 치열하게 썼는지 되묻고 싶다.

수십년의 세월이 녹아들고, 누구도 파악하지 못한 전문적 식견이 식견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마침내 사람살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읽다가 무릎을 치는, 그러다가 가슴을 치는 글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이 아쉽다. 

작가는 논문과 잡문에 대해 서론에 자기변명하듯 썼지만, 한다하는 학자들이 논문이 따로 있고, 수필집이 따로 있는 이유는 분명 그 원인이 있을 게다.  딱딱한 인문학을 현실에 풀어내는 것은 그저 가벼운 잡문의 형식문제가 아니라 작가라는 용광로를 지나 마침내 환골탈태한 모습 그것일 게다. 용광로란 과정은 배제한 체, 결과만 갖고 얘기하면  답이 없는 지난한 말씨름밖에 안될 것이다.

시작은 매우 좋았으나, 하나로 꿰뚫는 핵심이 부재한 채, 고만고만한 글들을 모아놓기만 한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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