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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Don't judge.
현각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귀에 들어 온 불교교리다. 삶을 살다보면, 정말이지 내가 누군가를 향해 판단하고 재단했던 말들이 부메랑되어 내게 달려드는 경우가 허다하여 누군가를 비판 섞인 말로 비난해야 하는 순간 다시 꿀꺽하며 목울대를 삼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 부메랑이 무서워 아무 말도 안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잘못을 했을 때, 서로 서로 봐주며 지나가자는 밀약밖에 더 되는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내 행동에 더 엄격하게 대하기로 하고 올곧은 것을 직관해 내는 데 경주하게 되었다. 하긴 그렇게 해야, 신영복 같은 분, 리영희 같은 분, 오주석 같은 분, 김남주 같은 분, 김수영 같은 분, 최인훈 같은 분이 사는 게 아닐까?
정운영 칼럼은 한 때, 내 대학시절을 온통 그에게 쏟게 하며 내 심장을 뛰게 했던 이다. 어떤 이는 죽음으로서 비로소 삶이 완성되는데 정운영은 죽음으로서 그의 변명이 더 길게 노정된다. 그토록 억울했다면, 분배론자로서 한겨레 칼럼을 써 얻은 명성도 반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표지 뒤에 써놓은 서평들은, 어떤 책을 읽어도 말년의 훼절을 아전인수하는 쪽으로 흐르고, 어떤 것은 일기로 남아야 할 것들이 칼럼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들어있으니 얼굴이 뜨거울 때가 많았다. 그는 내가 존경한 사람 맞는가?
평생, 책에 파묻혀 전세집을 전전했다는 그는, 고려대 앞 학생들과 술마실 때, 셔터 문을 닫고 밤새도록 그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 마음껏 술을 마시라는 호인(?)의 모습도 보인다. 어느 것이 진실인가?
모르겠다. 지금 나의 이런 말들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내게 달려들 것이 뻔하다. 하지만, 하지만, 유홍준대신 오주석이 앞에 서고, 이어령 대신 김수영이 앞에 서며, 박노해 대신 김남주가 앞서고, 이문열 대신 최인훈이 앞서는 사회여야 단추를 제대로 꿰는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