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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의 숨어 있는 방 창비아동문고 228
황선미 지음, 김윤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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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쉬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시간과 공간은 인간이 살아가는 조건이 아니라

인간이 관계맺는 방식이라고..

 

황선미의 신작 '나온의 숨어있는 방'은

시간과 공간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소설이다.

나온의 쌍둥이 라온은 저편에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이편에 신호를 보내며 살아있는

나온을 욕망한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시간과 공간이 있는데

그걸 거부하게 되면 떠돌이가 된다는

황선미 소설은 아인쉬타인의 시공간 정의와

닮았다.

죽은 라온을 떠나보내고, 살아있는 강우를 받아들이며,

비로서 나온은 건강한 아이로 자라난다.

넉삼년의 12살이란 통과의례를 넘어.

 

황선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당을 나온 암탉' 과 같이

어린이를 위한 소설임에도,

그 도저한 철학이 어른 소설을 능가한다는데 있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황선미...

그녀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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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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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근사하고,

내용도 끌려서 주문해놓은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사 이 책을 읽는다.

 

'산골 오두막에는 왜 할머니가 살고 있을까?'

란 부분을 읽을 때, 문득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생각났다.

소피는 할머니이면서도 소녀였으니까...

 

지혜로움과 여성스러움이 하나로 공존하는 여성신.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신들은 철저히 축출당하고

마녀란 이름으로 화형당하고....우리나라에 신선들은

왜 모두 남성들인지..하나님이 우릴 사랑해 당신의

형상대로 빚었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로 하나님을 우리 형상대로 빚은

것이 아니겠는가?

남자를 중심으로 두는 사회에서는

남성이 신이 되고,

백인을 중심으로 두는 사회에서는

백인의 예수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여성의 근원적 모습을, 아니 남성과 여성을 떠나 하나의

인간으로 아우를 수 있는  신성을  되찾아주는 책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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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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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judge.

현각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귀에 들어 온 불교교리다. 삶을 살다보면, 정말이지 내가 누군가를 향해 판단하고 재단했던 말들이 부메랑되어 내게 달려드는 경우가 허다하여  누군가를 비판 섞인 말로 비난해야 하는 순간 다시 꿀꺽하며 목울대를  삼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 부메랑이 무서워 아무 말도 안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잘못을 했을 때, 서로 서로 봐주며 지나가자는 밀약밖에 더 되는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내 행동에 더 엄격하게 대하기로 하고 올곧은 것을 직관해 내는 데 경주하게 되었다. 하긴 그렇게 해야, 신영복 같은 분, 리영희 같은 분, 오주석 같은 분, 김남주 같은 분, 김수영 같은 분, 최인훈 같은 분이 사는 게 아닐까?

정운영 칼럼은 한 때, 내 대학시절을 온통 그에게 쏟게 하며 내 심장을 뛰게 했던 이다. 어떤 이는 죽음으로서 비로소 삶이 완성되는데 정운영은 죽음으로서 그의 변명이 더 길게 노정된다. 그토록 억울했다면, 분배론자로서 한겨레 칼럼을 써 얻은 명성도 반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표지 뒤에 써놓은 서평들은, 어떤 책을 읽어도 말년의 훼절을 아전인수하는 쪽으로 흐르고, 어떤 것은 일기로 남아야 할 것들이 칼럼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들어있으니 얼굴이 뜨거울 때가 많았다. 그는 내가 존경한 사람 맞는가?

평생, 책에 파묻혀 전세집을 전전했다는 그는, 고려대 앞 학생들과 술마실 때, 셔터 문을 닫고 밤새도록 그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 마음껏 술을 마시라는 호인(?)의 모습도 보인다. 어느 것이 진실인가? 

모르겠다. 지금 나의 이런 말들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내게 달려들 것이 뻔하다. 하지만, 하지만, 유홍준대신 오주석이 앞에 서고, 이어령 대신 김수영이 앞에 서며, 박노해 대신 김남주가 앞서고, 이문열 대신 최인훈이 앞서는 사회여야 단추를 제대로 꿰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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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강명관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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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이라도 인간의 해방을 위해 방향을 잡았다면 그것은 고전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소수의 특권층을 위해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혹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한다면 그것은 고전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표지가 맘에 들어 책을 폈다.

어떤 글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어떤 글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로 얼마전 읽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과 같은 깨달음의 맛이 없다는 거다. 가슴속을 파고 들며 작은 물결이 번지다가 큰 물결을 만나 마침내 솟구치는 떨림이 아니라, 짤막짤막 터지다가 그대로 사그러 드는 물방울에 잠시 옷깃만 적시다 만 기분이다. 전문가가 만나는 옛 사람이 그저, 현대인의 행동에 어떤 귀감을 주는지 두 페이지에 걸쳐 일기 쓰듯 적어놓고 만다면야 굳이 한문학자의 손을 빌릴 필요가 있을까? 촌철살인이라는 말도 있기에 분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과연 두 세 장에 걸친 글이 한 편의 논문을 농축할 정도로 치열하게 썼는지 되묻고 싶다.

수십년의 세월이 녹아들고, 누구도 파악하지 못한 전문적 식견이 식견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마침내 사람살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읽다가 무릎을 치는, 그러다가 가슴을 치는 글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이 아쉽다. 

작가는 논문과 잡문에 대해 서론에 자기변명하듯 썼지만, 한다하는 학자들이 논문이 따로 있고, 수필집이 따로 있는 이유는 분명 그 원인이 있을 게다.  딱딱한 인문학을 현실에 풀어내는 것은 그저 가벼운 잡문의 형식문제가 아니라 작가라는 용광로를 지나 마침내 환골탈태한 모습 그것일 게다. 용광로란 과정은 배제한 체, 결과만 갖고 얘기하면  답이 없는 지난한 말씨름밖에 안될 것이다.

시작은 매우 좋았으나, 하나로 꿰뚫는 핵심이 부재한 채, 고만고만한 글들을 모아놓기만 한 것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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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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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정말 좋아, 그가 한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세상의 법칙이 성겨보여도 빠져나갈 수 없는 법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그 말을. 그런데 정말 기이한 일이 생겼다. 그를 좋아한 것은 그가 화성건축에서 보인 과학자적면모였는데, 그것을 총지휘한 사람이  채제공이니  어떻게 채제공을 빼놓고 정약용을 논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화성행차부터 현륭원묘사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김홍도도 당연히 들어가야하고, 이들 모두는 정조가  총애했던 인물들이니 또한 어찌 정조를 내 사전에서 뺄 수 있겠는가? 누구 한 사람을 떠올리면 감자알처럼 주렁주렁 딸려나오는 닮음꼴의 사람들...그래서 여기 김홍도의 그림을, 아니 김홍도를 너무나 멋지게 살려낸 오주석님이 좋다. 그런데, 그의 프로필을 보니 2005년 2월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잠깐 가슴에 통증이 빠르게 지나갔다. 지인이 돌아가신 것처럼 안타깝고 서글프다. 한국의 그림을 새롭게 조명한 오주석님을 오늘 새삼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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