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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창에 커텐을 치고 창문을 열어 커텐 가득히 바람을 맞자 그 치마처럼 동그란 공간 안에 쏙 들어가 버린다. 커텐 밖엔 아이들이 그룹지어 웃으며 떠들고 있고 누군가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다.
끊임없이 말을 해야 어색한 침묵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고, 끊임없이 수다를 쏟아도 지루한듯 들어주는 반친구가 있고, 이러한 것에 대해 어른스러운 듯, 그건 대화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무안하지만 '관심없어'하고 쓱 일어나 버린다.
혼자인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고, 유치한 것은 싫은 듯 하지만, 어째 나보단 그가 더 안되보이는 처지라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나더러 자기 집에 가자고 해놓고서 자기가 좋아하는, 그것도 늘씬하고 시원해서 '쳇'해버리기엔 매력적인 사람에 빠져있는, 나를 바라볼때와는 달리 눈빛이 빛나는 그의 등짝을 '팍!'하니 차버리고 싶다. 그 마른 몸에 발바닥을 댈 때에 느껴진 그의 어깨벼와 등뼈가 느껴진다.
난 사춘기없이 '호호호, 우리 애는 공부하라고 해도 지가 알아서 해요. 한번도 부모말에 거역한 적이 없어요'하는 청소년기를 거쳤지만, 그다지 기억하고픈 추억은 없다. '질풍노도의 시기'니 어쩌구 하는 말은 기억나지만, 아이들이 한번씩 거치는 할리퀸로맨스도 유치하고 공부에 도움이 될 것들이 아니니 지나쳐버리고, 연예인에 열광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인 애늙은이였다.
그런데 요즘들어 느끼는 것은, 그저 주어진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고 반항하고 거역하고 모순된 행동을 했었을 그 사춘기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이다. 유치하더라고 별 일생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뭐든 더 많은 했으면 좋았을 것을..
잊고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정말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책이었다. 마음에 많이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