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나비가꾸는꿈 > 맛있는 글쓰기, 인문학을 되살린다.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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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TV뉴스에서 노인학대의 절반이상이 아들에 의한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집안의 기둥으로 가장 의지가 되어야 할 아들의 존재가 이제는 부모를 위협하는 요주의 인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남편을 청부 살해를 의뢰하는 아내, 홧김에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하려는 아버지이자 남편, 동기를 괴롭혀 죽음으로 내모는 친구들.

이웃들이 좀비들로 변해 무차별로 공격하는 B급 공포영화가 현실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생각하고 느끼는' 삶대신 '비용의 효율성만을 계산하는' 삶을 선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최근 인문학의 고사에 대한 실제적 위기감이 증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사회적인 면역체계의 작용인지도 모르겠다.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듯 인문학자들이 언어의 바다에서 마음껏 놀 수 있어야 하며 우리의 인문학자들이 맛깔스러운 글 솜씨로 학문과 독자의 차원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신문의 사설이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최근 입시에서도 논술이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고 학교 교육에서도 글쓰기 교육의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필요를 채워주기도 하지만 보고서와 같은 실용적인 글에 있어서도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준다. 물론 이 책을 1독하했다고 글 솜씨가 늘지는 않는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이 책이 서두에서 밝히는 글 솜씨를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수련시간을 단축시키는 요령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맛깔스럽게 쓰여진 예문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덧 나아진 자신을 필력을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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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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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커텐을 치고 창문을 열어 커텐 가득히 바람을 맞자 그 치마처럼 동그란 공간 안에 쏙 들어가 버린다. 커텐 밖엔 아이들이 그룹지어 웃으며 떠들고 있고 누군가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다.

끊임없이 말을 해야 어색한 침묵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고, 끊임없이 수다를 쏟아도 지루한듯 들어주는 반친구가 있고, 이러한 것에 대해 어른스러운 듯, 그건 대화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무안하지만 '관심없어'하고 쓱 일어나 버린다.

혼자인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고, 유치한 것은 싫은 듯 하지만, 어째 나보단 그가 더 안되보이는 처지라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나더러 자기 집에 가자고 해놓고서 자기가 좋아하는, 그것도 늘씬하고 시원해서 '쳇'해버리기엔 매력적인 사람에 빠져있는, 나를 바라볼때와는 달리 눈빛이 빛나는 그의 등짝을 '팍!'하니 차버리고 싶다. 그 마른 몸에 발바닥을 댈 때에 느껴진 그의 어깨벼와 등뼈가 느껴진다.

난 사춘기없이 '호호호, 우리 애는 공부하라고 해도 지가 알아서 해요. 한번도 부모말에 거역한 적이 없어요'하는 청소년기를 거쳤지만, 그다지 기억하고픈 추억은 없다. '질풍노도의 시기'니 어쩌구 하는 말은 기억나지만, 아이들이 한번씩 거치는 할리퀸로맨스도 유치하고 공부에 도움이 될 것들이 아니니 지나쳐버리고, 연예인에 열광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인 애늙은이였다.

그런데 요즘들어 느끼는 것은, 그저 주어진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고 반항하고 거역하고 모순된 행동을 했었을 그 사춘기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이다. 유치하더라고 별 일생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뭐든 더 많은 했으면 좋았을 것을..

잊고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정말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책이었다. 마음에 많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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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씩씩하니 > 눈을 뜨고 사는 세상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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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운전을 하다가 눈이 하얗게 멀어버린 남자로부터 눈먼 자들의 도시는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저 평범하게 혹은 평화롭게 살아가다가 아주 갑자기 아무런 경고도 어떤 사전 예측도 불가한 상태로...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아서이지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는 내용이 별로 반갑지 않았다. 후배의 강한 추천만 없었더라면 도중에 책을 집어던졌을지도 모른다.

눈이 멀어버리는 것이 전염병처럼 번져서 어느 순간 눈이 멀어버린 도시, 그 속에 단 한 명 눈을 멀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고 있던 모든 것들과 진리들이 혼란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그녀는 그런 모든 것들이 우리가 눈을 뜨고 있기에 지킬 수 있었던 것임을 깨닫는다. 모두가 소경인 세상, 그래서 소경이 아닌 단 한 사람이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그 세상은 그저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힘으로 밥을 얻고 밥을 얻기 위해 눈을 멀기 전의 나를 버리고 몸을 파는 세상, 먹기 위해 타인을 죽일 수도 있는 세상, 모두가 눈이 멀었기에 일체의 행동에 남을 의식하지 않는 세상.....

모두가 눈이 멀었다는 것은 모두가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과 다르지않다. 이제 모두라는 말의 힘으로 모든 진리를 짓밟고 모든 가치가 바뀌어도 아무도 할 말이 없다.  눈이 멀지 않은 모두로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모두라는 이유로 우리는 어떤 이들의 삶을 소리없이 지배하고 있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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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까탈 > 속았다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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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고3시절 너무나 무료한 교과서 내용에 지친 나머지 도피처로 택했던 두 개의 소설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샤르트르의 '구토' 였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시절 난 이 책에 말도 못하게 감동해버렸고

그 감동을 그 해 크리스마스 파티때 친구에게 그 책을 선물함으로써 함께 나누려 했다

새 책을 사준게 아니라 손떼가 살짝 묻은 그 상태 그대로 선물하였다

상관없었다. 책을 다 읽으면 3.4년이 지날때까지 그 책에는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로부터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누구나 하는 말처럼 세월은 정말 빠르고 돌아보면 간데없이 지금 이 순간에 와있다

다시 한번 사회에 지긋지긋해 질 무렵 난 다시 이 책을 찾았고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눈이 멀어 버렸으면 하는 환상에 빠져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 역시 나같이 환상에 빠질 것이다

조금은 습하고 답답한. 그리고 약간은 달콤한 환상속에 말이다

 

구본에는 일체의 문장기호가 없었던 기억이 있는데 새로 발간된 이 책에는 문장마다 자물쇠처럼 마침표가 채워져 있다

이 책 최대의 단점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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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Apple > 거짓을 의지하며 살아가기
동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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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동굴 우화.
동굴에 결박당한 채 살아가는 인간은 고개도 돌리지 못한채 눈앞에 그림자만을 실체로 여긴다는 이야기.
오래전의 철학자의 이야기가 너무 현학적으로 여겨진다면,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떠올려보자.
그저 태어날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
그 밖에 어떤 진실이 숨겨진지 모른 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만 당연한듯 섭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 우화에서 제목을 빌려온 주제 사라마구의 "동굴"은
무자비하게 쏟아내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너무도 빨리 변해버리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채
뒤켠으로 물러나버리는 아날로그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서 주어지는 것을 안정적이고 올바른 것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인간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도자기를 구우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시프리아노 알고르는
가업을 물려받은 딸과 함께 "센터"에 도자기를 구워 팔아가며 먹고살아가는 도공이다.
어느날, 센터는 그에게 더이상 당신의 도자기가 필요없다고 한다.
좀더 값싸고, 좀더 튼튼한 플라스틱 그릇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몇대째 내려온 가업인데다가 60년인생을 모두 받쳐왔던 자신의 직업의 존패위기에 닥친 이 도공은
딸과 함께 새로운 아이템으로 도자기 인형을 내놓는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인생과 진실이 담겨져 있는 일.
그러나 재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이제는 바다도 비도 모두 인공으로 만들수 있는 거대한 세상속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두 도공은 좌절한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사위덕에 이제는 센터에서 살게된 늙은 아버지와 딸은
첨단이다못해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센터안에서 생기를 잃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센터 지하동굴에서 발견된 여섯구의 시체.
플라톤의 동굴 우화에서처럼 결박당한체 죽어 해골만 남아버린 여섯구의 시체를 눈앞에 두고,
시프리아노 알고르는 깨닫는다.
마지막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센터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는 떠난다.
 
늙은 도공 시프리아노 알고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 졸이고 그들이 잘되기를 바랬던 것은
이제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들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들의 삶에서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루 살아가기 급급한, 그나마도 위협을 받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에서
정말로 중요했던 것은 진실따위가 아니라 생활의 안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눈을 가린체 살아가도 불편함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리며 하루 살아가는 것을 고맙게 여기라며 노예처럼 부려먹는 거대한 사회.
그 거대한 사회 역시 언젠가는 세상에서 도태되고 말겠지.
하루 하루 유행이 바뀌듯이, 물건도 생각도 인간도 한낱 소모품으로 바뀌어버릴 것이다.
불과 몇십년전, 누구나 자기 전화를 들고 다닐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은 참 무섭다.
금방 일어서고, 금방 무너져버린다.
이런 세상 어디에서 인간적인 것을 찾을수 있을까.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독자에게 친절한 작가는 아니다.
처음 그의 소설을 읽는 사람은,
따옴표하나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띄어쓰기조차 되어있지 않는 글에 갑갑함을 느낄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팔순을 넘긴 이 포르투갈 작가와 친해져야한다.
그는 독자에게 언제나 얘기하고 싶어한다.
그가 사랑하는 인간적인 가치를.
때로는 충고하며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주제 사라마구. 그는 진정한 인간이다.
삶의 가치를 알고, 인간의 가치를 알며, 삐딱하게 바라보는 동시에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시대의 현자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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