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파우 동물친구들 2 - 아기자기 코바늘인형 아미구루미 캐릭터 20선 피카파우 동물친구들 2
얀 쉔켈 지음, 조진경 옮김, 박상숙 감수 / 참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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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뜨개질이 그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손뜨개 인형을 만드는 일이다. 석달 전, 바늘 잡을 줄도 몰라서 어설프게 짧은뜨기를 하며 뜨개질을 시작한 내가 이제 다섯 개 정도의 인형을 완성했으니 대략 입문자에서 초보자로 넘어가는 실력이다. 아직도 긴뜨기와 한길긴뜨기를 헛갈려하며 종종 실수를 저지르지만, 이제 제대로 재미를 붙여 마치 세상의 모든 인형을 다 뜰것 같이 의욕이 넘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치 주행에 조금 익숙해지니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천방지축 도로를 누비는 1년차 초보운전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딱 요정도의 실력으로 만난 책이 <피카파우 동물친구들 2>라는 코바늘 인형 도안집이다. 앞에서 고백했듯이 나는 이제 갓 경력 3달차에 의욕만 넘치는 초보니터다. 그런 내게 이 책에서 다루는 동물 인형들은 갖가지 고급스킬로 도배된 해외 유명작가의 포트폴리오처럼 보였다. 다행히 모든 내용은 한글화가 잘 되어 있었으며 사진도 많아서 따라하기엔 어렵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지금껏 흔하게 보아온 곰돌이, 토깽이 일색의 손뜨개 인형들과 달리 이 책엔 바다표범, 가재, 개미핥기, 나무늘보 같이 희귀한 동물 인형을 무려 스무가지나 소개해 놓았다. 특이한데다 예쁘기까지 하다.



하나같이 개성있고 특색있는 스타일이어서 사자나 호랑이를 뜨고 싶었지만 난 내 수준을 잘 알고 있으므로 별 하나짜리 난이도의 갈라파고스 거북이 다윈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윈은 60년 전에 태어났는데 그의 삼촌이 찰스 다윈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같은 이름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피카파우 동물 친구들은 모두 개별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어 한 권의 동화책같은 느낌을 준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하나 하나 스토리텔링을 진행하면서 동물 인형을 만들어 준다면 교육적인 효과에 더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멋진 경험이 될 것 같다.



책의 앞부분은 상당량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코바늘 뜨기의 기초와 여러가지 뜨개질 기법, 배색하기, 자수하기 등등을 설명해 놓았지만 난 바쁜 사람이므로 과감히 패스하기로 한다. 하지만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하였다고 한다...



안녕? 다윈, 잘해보자 우리. 나의 첫 제물작품으로 선택된 거북이다. 스무개에 달하는 인형 도안들을 처음부터 주욱 훑어보며 느낀게 하나 있는데,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지고 앞의 인형에서 설명한 기법이 뒤에서 다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때 중복되는 뒷부분의 설명은 대개 생략되기 때문에 잘 모르겠거나 막히는 부분을 만나면 앞의 인형들에서 찾아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양 아다를 만들기 위해선 몸통에 네 개의 다리를 연결해야 하는데 아직 까막눈에 가까운 나로서는 글로만 봤을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앞에 나오는 갈기늑대 토마스의 도안을 보면, 동일한 부분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되어 이번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 도안을 완전히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초보라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 뜻밖의 좌절을 피할 수 있겠다.



인형마다 소개 페이지에 인쇄된 QR코드를 찍으면 독자 갤러리로 연결된다. 책을 보고 만든 전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곳이다. 같은 도안을 보고 만들었지만 똑같은 거북이는 하나도 없다. 이런 점이 손뜨개 인형의 매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다윈 사진 투척. 자세히 보면 바느질이며 마무리에 엉성한 부분이 많지만 완성에 의의를 둔다. 그리고 새로운 기법도 두 가지나 배웠고 이로써 한 걸음 더 발을 내딛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다음번엔 책에 나온 배색 기법을 익혀 부엉이 뉴턴을 만나러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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