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용한 퇴근길 법툰
임남택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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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에 관한 일들을 만화로 엮은 책이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는다거나, 몰카 범죄에 대한 이야기 등 흔히 마주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파고들면 어렵기만 한 일들에 대해 구성되어 있다. 용어만 해도 까다롭고 딱딱한 데다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법률 관계가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쉽게 풀어 설명해 준다. 나는 법에 대한 책을 거의 읽어보지 않았지만 페이지가 금세 넘어갈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 약간 답답한 부분이 있다면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몰카 범죄 같은 것이 아무리 많이 범죄자를 붙잡고 기소를 해도 법원에서 거의 기각되거나 약간의 벌금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현실이다. 그런 동영상 때문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어떤 사람은 귀중한 생명을 버리기 까지 하는데 흔히들 말하는 성인지 감수성이 유독 판사들에게만 결여된 것인지. 물론 책에서 서술된 것처럼 법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법원이 너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하긴 불과 30년 전만 해도 평생 외도와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70대 할머니에게 <어차피 말년인데 이혼하지 말고 그냥 사세요> 라는 식의 판결이 있었으니 말이다. 인생의 단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고픈 것이 인간인데 말이다.

사실 이 책에서 몰카 외에 내 개인적으로 크게 와 닿는 사례는 없었다. 유독 시선을 붙잡는 부분이 있다면 그림작가(만화가)가 천만 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면서 인세로 60억을 받았다는 것? 우와~! 인세를 놓고 출판사와의 소송을 사례로 소개된 것이지만 일부 내 과거 일들과 오버랩 되기도 했다. 나는 고작 몇 십만원의 원고료를 떼이거나 디자인비를 못받았지만 소액이라 참고 다음에 또 볼 사람(고객)이라 넘어가고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책을 통해 지급명령과 같이 편리한 법적 수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그런 일이 벌어졌을때 막상 실행하기엔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아니면 아주 고액을 떼여서 이판사판이다 하면 달라지려나.

이 책엔 몇 가지 종류의 사례를 실었지만 장르별로 나눠서 후속 책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근로기준법에 관해 이런 법툰이 나왔으면 좋겠다. 금수저로 태어나 평생 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노동법에 대한 교육도 없고 굳이 알려고 하는 노력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블랙컴퍼니에 고용되어 노예처럼 일만 하다 버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런 쉬운 법툰이 있다면 누구나 많이 찾아 읽을 것이다. 거의 반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아온 나에게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나를 지켜주는 건 법이 아니라 돈과 배경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큰 좌절감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고통의 시절을 보내고 독립을 했지만 여전히 사업주의 횡포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겐 그런 책이 필요할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정말로 <퇴근길 법툰>이 되려면 다른 것보다도 직장인, 노동자의 권리를 알려주는 시리즈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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