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승무원 - 조금 삐딱한 스튜어디스의 좌충우돌 비행 이야기
김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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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빨강머리 승무원>은 귀여운 그림으로 묘사된 전직 승무원의 에세이다. 원래 미대를 다니며 큐레이터를 꿈꿨던 저자는 운명처럼 스튜어디스의 세계에 이끌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갖는다. 지금은 항공사를 퇴사했지만 재직시부터 틈틈이 그렸던 만화를 이제는 전세계 독자들과 나눠 읽는 재미로 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비행기 승무원은 아주 특별하고 그들만의 다른 세상이 있는 별종같은 직업인이었다. 지금은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예전만 해도 어떤 특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창하게 외국어를 하며 전세계를 누비며 화려하게 살 것만 같은 그들의 이미지에 가려진, 직업인으로서의 애환과 에피소드들을 이 책은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어떤 부분은 서비스 종사자로서 겪는 스트레스와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 등이 달려 있어 마냥 즐겁게 볼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지만 일 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동료들, 마음은 울어도 얼굴은 웃고 있어야 하는 승무원의 특성상 참 어려운 일이 많았겠구나 싶다.



밀폐된 하늘 위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 운송수단이지만 그에게는 직장이기도 한 비행기 안의 삶에 대해 일반인이 모르는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풀어놓는다. 이따금 뉴스를 장식하는 갑질 승객의 이야기는 물론 뿌듯하고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승객의 이야기도 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알아가는 승무원들의 세계는, 힘들지만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느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를게 없는 것 같다. 회사에서 흔히 일어나는 부조리와 조직문화가 그들에게도 있었고, 나름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있다. 다른 곳보다 더 보수적이고 특히 '코르셋의 끝판왕'이라고 불릴만큼 여성 노동자를 외모와 복장, 행동을 규제하는 일이 많지만 최근 국내 항공사들도 이런 점들을 개선해 가고 있다 하니 반가운 일이다. 우리가 쉽게 상상하고 소비하는 승무원의 이미지를 벗어나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이 일하는 직업인,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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