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부칠 짐은 없습니다

부칠 짐은 없습니다 - 스무 가지 물건만 가지고 떠난 미니멀 여행기
주오일여행자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7월

작년부터 한참 홀릭해 있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다. 언제든 캐리어 하나에 모든 짐을 싣고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는 삶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래서 한동안 집의 살림들을 비워내고 뭐든 적게 소유하는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런데 미니멀 라이프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그땐 잘 몰랐다. 의식적으로 내다 버리고 쇼핑을 하지 않는 생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되돌아 왔고, 아무리 미니멀리스트를 흉내내려 해도 내 삶과 살아가는 인생관이 미니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부칠 짐은 없습니다> 이 책은 미니멀 라이프를 여행으로 담아낸 작은 축소판이다. 티셔츠 한 벌만으로 여행지를 누비고 20여가지의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다니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이 몸소 겪은 체험담으로 엮어냈다. 나도 처음 해외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라면에 고추장까지 사소한 식품 생필품들을 이고지고 챙겨 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갈수록 소지품들은 적게 가져갔고 웬만한 물건은 현지에서 (돈만 넉넉하다면) 모두 조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현금을 챙겨가서 다 사서 써라 이런 말은 아니고, 여행 = 삶의 한 모습으로 바라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적금을 부으며 현재를 희생하고 할부와 카드값의 노예가 되어 힘들게 살아간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정작 우리가 쓰게 될지 어떨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을 대비해 지금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짐처럼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언제 쓸지 모르는 두꺼운 방한복이며 수십가지 비상약까지 챙기다 보면 여행(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에 배낭의 무거움에 지쳐 피로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감기약에 밴드 하나 정도면 충분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직 온전한 미니멀 라이프를 누리기엔 멀었지만 - 특히 요즘들어 결혼 준비를 하면서 단 둘이 함께 사는데 필요한 물건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과 그것을 장만하는데 드는 비용에 매일같이 놀라곤 한다 - 언제든 가방 하나만 들고 여행을 떠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길어야 일주일 정도의 여행이어도 작은 가방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나와 내 반려자의 인생 또한 가방 하나로 충분한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