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교과서 - 경영 멘토가 들려주는 사장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법
주상용 지음 / 라온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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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딱 서평을 쓰려고 하던 바로 오늘, 다니던 회사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제의받았으니 말이다. 우연이라고 하면 기막힌 우연인데 사실 대단한 자리도 아니고 그저 조그마한 소기업의 대표일 뿐이고, 영광스럽다기보단 도망간 대표 대신 남아서 사고처리와 뒷수습을 해야 하는 고달픈 자리다. 진작부터 한동안 자리를 비운 대표 대신 회사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왔기에 어렴풋이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아직 이 제의를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의 시간은 조금 남아있지만, 직원의 한 사람으로 대하는 회사와, 사장으로서 대하는 회사의 느낌은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리고 슬슬 그 다름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사장교과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사장의 역할과 고민, 그에 대한 해법을 알려준다. 기본개념으로 정리한 40가지 항목을 체크하면, 내가 과연 사장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성공적인 경영을 이끌어 갈 충분조건을 갖추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요 몇달간 우리 회사의 대표 대신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해왔다. 직원 수 열 명 남짓하는 작은 회사에 불과하지만 해야할 일도 챙겨야할 것도 너무 많았다. 약간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는 모든 걸 꼼꼼하게 체크하고 하나라도 반듯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불안해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록 나와 직원들만 고달파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에게 최대한 권한과 자율성을 주었지만 그것 또한 정답은 아니었다. 지금도 이럴진대, 실제로 내 이름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되면 얼마나 더 힘들까? 내가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창업을 한게 아니라 다니던 회사에서 등떠밀려 맡게 되는 사장 역할에 나는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렵고 전문적인 경영학에 대한 내용만을 다루지 않는다. 일을 잘하는 사장이란 어떤 것인지 쉬운 말로 풀어주고, 지금 당장 안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내가 관리자로서 가장 많이 공감하는 부분은 회사가 잘되려면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 것. 특히 우리 회사처럼 작은 IT기업에선 한 명 한 명의 맨파워가 중요하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 팀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작년에는 한 명의 팀장 때문에 반년간의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되었고 한 명의 관리자 때문에 일년의 사업을 망쳤다. 물론 잘못된 인사를 한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 이 책은 모든 회사의 사장들의 경우를 반영하지는 못해도 아예 '사장 공부'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해본 많은 사장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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