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도 90년대생이 하나둘 포진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막내지만 언젠가 우리 회사의, 우리 사회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주인공이 될 꿈나무 20대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놀랐던 것은 내가 20대였던 시절의 모습이 지금 90년생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들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의 풋내기 신입사원 시절을 돌아보면 다소 반항적이고, 개인주의적이었으며 기성세대의 권위에 순응하기 보다 냉소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았다. 나이 많은 상사가 시킨다고 해서 무조건 네네 하기보다는, 왜 저렇게 불합리한 지시를 하는 거지? 일은 못하면서 왜 저리 권위적인 거지? 회사 안에 왜 이리 부조리가 많은 거지? 이런 생각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직장 생활을 해냈던 것이다. 나는 그런 감정을 잘 숨기지도 못했고 짬밥도 안되는 주제에 돌직구를 날리기 일쑤였다. 애교 많은 부하 여직원의 순종을 기대했던 내 상사들(대부분 남자였던)은 내심 나를 좋게 보지 않았을 것이고 내 직장 생활 역시 꽃길만은 아니었다. 회사라는 공간은 지독하게도 비민주적인 상명하복의 조직이며 술자리와 군대문화에 익숙한 남자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도 나이가 들고 경력이 올라감에 따라 이제는 내가 상사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그때의 마음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우리 회사에도 나와 비슷한 연배의 팀장들이 있고 상사들이 있지만 나는 항상 말한다. <우리는 회사 안에서나 상사고, 팀장일 뿐이지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 그저 지나가는 아줌마, 아저씨일 뿐이다> 라고 말이다. 회사 안에서의 권위에 기대어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일,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간섭하려 드는 일, 상대가 요청하지 않은 조언(이라 쓰고 꼰대질이라 읽는다)을 남발하는 일, 퇴근 후에도 일을 지시하는 일 등등 집단주의와 조직의 논리를 우선하여 개인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모든 것들을 싫어한다.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말도 싫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분명히 다른 것인데도 회사 안에서 누군가 회식에 빠진다고, 야근을 피한다고 <저 친구는 너무 개인주의적이야> 라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미성숙한 사회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라 본다. 정해진 근로계약 안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90년생이 온다> 이 책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욱 강화된 신세대의 출현을 이야기한다. 모험과 도전을 하기보다 공무원 시험에나 매달리는 나약함을 지적받지만, 그에 대한 그들의 항변은 일리가 있다.  일반기업 아니 대기업을 들어가도 합리적인 조직문화는 없고 권위적인 상사와 꼰대들이 가득한 곳에서 인내하며 적응하기도 힘들고, 또 그렇게 참고 다녀봤자 평생 직장을 보장해주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청춘을 바칠 바에야 공무원처럼 안정적이고 워라밸이 보장되는 직장을 택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그들의 말은 오히려 현재에 가장 적합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 학교, 군대 이런 곳을 싫어해서 일찌감치 내 직업선택 리스트에서 지워버렸던 나 조차도 요즘 같으면 공무원 친구가 부러울 정도니 말이다.

현실적이면서도 그들의 문화를 가지고 조금씩 사회와 기업에 등장하기 시작한 90년생들. 언제까지나 마냥 버릇없고 이해할 수 없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기 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들도 그 세대 나름의 고민이 있고 처한 상황이 다른데 언제까지나 <노오력>이 부족하다며 혀를 차는 꼰대야말로 얼른 사라져 주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미래를 위한 길일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 중 하나가 <먼저 안 것일 수록 오류가 되는 시대> 라는 말이다. 내가 먼저 살아봤다고 해서 그 경험담이 지금 옳은 것도 아니고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는 인식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간다면, 더 이상 세대 갈등이니 조직 내 위화감이니 하는 말 없이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은 90년생 아랫물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윗세대, 기성세대, 윗물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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