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 핵사이다 <삼우실> 인생 호신술
김효은 지음, 강인경 그림 / 청림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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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대놓고 당돌하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이라니. 부제는 한술 더 떠 <감히 '나님'을 건드려?> 다. 온갖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제대로 취향 저격될 극적인 타이틀에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삼우실>이라는 웹툰으로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를 얻고 이번에 도서로 출간되었다 한다. 웹툰을 보지는 못했지만 책에는 만화와 글이 함께 실려 있어 술술 읽힌다. 어떤 부분이 인기를 끌었을까 하며 읽어본 결과, 한 마디로 줄이면 <할말은 하고 살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으며 일하자> 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지만 막상 조직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살기는 힘든가 보다.


그래서인지 만화에 담긴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는 너무나 통쾌하고 신랄하다. 나 대신 해주었으면 했던 말, 나는 왜 저러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까지 페이지마다 시원한 사이다를 느낀다.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제가 예민한 건가요?>, <제가 잘못한 건가요?> 라는 제목이 유독 많다. 누구나 불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도 항상 참고 당하기만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참고 버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 누군가 소리내어 이의를 제기하고 상황을 바꿔주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데 투사처럼 싸우기는 너무 힘드니까 <조용히 갚아주는> 것이다. 


꼰대 상사가 퇴근 후건 주말이건 날려대는 문자는 조용히 씹고, <과일은 여자가 깎아야 맛있지?> 하며 으레 여직원만 탕비실로 떠미는 분위기라면 과도로 사과를 난도질해 먹지 못할 비주얼로 만들어 놓는다. 소심하지만 이런 소소한 복수들로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내고 있는 주인공 <조용히>는 우리들의 작은 히어로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어쩐지 나와 많이 닮았다. 나도 회사에서 할말 다하고 좋고 싫은 표현 다하고, 뭔가 잘못되었다 싶으면 어떻게든 어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애초에 난 이런 사람이야 하고 포지셔닝을 해두니 편한 점도 많다. (일단 건드리지 않는다) 


이 책은 만화라는 과장이 있다 해도 충분히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다. 주인공의 대처방법을 참고삼아 직장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무조건 참기보다 현명하게 극복하고 부조리를 고쳐나가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 없이 좋은 인생 호신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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