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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 잔 하실까요? - 여섯 가지 음료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톰 스탠디지 지음, 차재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과거로부터의 여행
혹은 생존 전쟁.
가장 쉽게 접하고 우리의 몸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수분, 물, 그 음료에 대한 역사. 역사 한 잔, 이 책은 딱 한 잔에 선사시대때부터 이어온 생존의 필사적인 행위인 ‘마심’의 모든 역사를 들이킬 수 있다. 나는 숨도 내쉴새도 없이 벌컥벌컥 들이키느라 바빴다.
코끝을 톡쏘는 특유의 알콜향과 달짝하게 입안을 적시는 와인, 씁쓰름한 커피, 목울대를 타오르게 하는 증류수, 아메리칸 아이콘 아니 심볼이라 할 수 있는 코카콜라, 소다수에 관한 역사까지 단숨에 마실 수 있는 책으로 우리가 꼭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인 것 같다. 역사의 뼈대를 되짚어본다는 것 만큼 매력적인 일이 또 어디있겠는가.
하루, 몇 시간동안 마실 물이 없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갈증이 일만큼 우리에게 물은 선사시대때부터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생존의 한 방법이었다.
과거로부터의 여행이면서 생존 전쟁이라 할 만큼. 물에 대한 역사, 그 음료에 대한 역사는 멋들어진 장관 만큼 범상치가 않으며 멋진 인류의 역사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내가 떠오릴 수 있었던 것은 매슬로의 5단계 욕구였다. 인간은 다섯 가지의 욕구를 가지며, 이들은 단계적인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경영학은 말하고 있다. 그 다섯가지의 단계적인 욕구가 떠오른 것은 맥주로부터 시작된 음료의 역사 역시 우리들의 생존과 그 본능의 욕구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배고픔보다는 갈증을 참아내기가 훨씬 더 고통스럽다. 라는 글귀로 시작된 만큼 이 글귀가 물의 역사, 그것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표제라 할 수 있다.
수만년전 작은 무리를 이루어 수렵생활을 하던 그들이 신선한 음료를 확보하기 위해 강이나 샘물, 호수 근처에 모여 살게된 이후부터 인류의 의해, 인류에 의한 음료의 진보적인 혁신, 발명, 아니 물의 발견은 가히 놀랍다 할 수 있다. 그만큼 삶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인간의 욕구인 생리적인 욕구와 그 욕구가 충족된 후에 나타나는 안전의 욕구는 당연한 것이었고 나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가 떠올리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고대 석기시대의 생활양식을 버리고 농사 기술을 채택하면서 그들은 더 이상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 아니었으며 정착된 생활을 하며 하나의 부락에서 도시를 형성하게 된 그들에게 물은 생존 전쟁이었다. 서울의 도심지로 인구가 몰리듯 인구의 증가로 인해 오염되고 변질 되어진 주변 환경 속에서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생리적인 욕구의 해결 뿐만이 아니라 안전한 ‘물’의 확보였던 것이다. 그것과 동시에 물을 대체할 수 있는 음료의 발견 또한 안전한 물의 확보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우연히 발견된 맥주나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던 와인, 설탕 찌꺼기로 만들어낸 럼, 브랜디등 그리고 커피와 홍차에 이르기까지 이 모寬?가열되어진 물이 아닌가.
지금이야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넘치고 TV를 봐도, 어디를 가도, 물 씀씀이가 헤픈 우리에게 또 나에게. 이 책은 물에 대한 소중함과 물의 존귀함을 일깨워줄 수 있었다. 늘 들이마시는 공기의 필요성과 그 소중함을 잊듯이 내게 물 역시도 마찬가지 였다.
어쨌거나 안전의 욕구가 채워지자 인류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를 채우려했고, 더 나아가 존경과 인정의 욕구를 채우고자 했다. 커피를 마시는 대신 토론의 장을 열 수 있었던 커피하우스가 그 증거이지 않나 싶다. 그러나 우습지 않은가. 남성에게만 공개 되었던 커피 하우스가 오늘날 와서는 여성들의 토론의 장이 되었다는 것이.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새로운 역사의 발견과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지식의 습득은 언제나 이리도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5단계 욕구처럼 물의 역사는 단계적으로 진보되어 갔으며 인류 역시 그에 국한되지 않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발효하는 과정에 우연히 발견된 맥주, 그리고 와인, 또 노예 무역의 필수품이었던 브랜디와 럼. 미국의 독립을 이루어낸 위스키, 근대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던 커피와 과학, 경제적 혁명의 진원지 런던의 커피 하우스. 그리고 차 문화. 유력한 문명국가였던 중국의 아편 소비로 인한 멸망. 세계사의 한 과정에서 일어난 차의 영향력. 미국의 아이콘인 코카콜라까지. 유쾌하고도 즐거운 지인들과의 술자리 마냥 읽는내내 즐거운 설레임이 가슴 가득 퍼졌다.
이 여섯가지의 음료를 통해 세계사, 인류의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 몹시 놀라웠으며 그 행보의 역사 내면에 깔린 것이 생리적인 욕구와 안전을 갈망하는 이들의 발견이었음 또한 놀라움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 마시던 음료, 갈증을 없애기 위해 마시던 물, 술자리에서 주고 받던 술. 그 일상 속에 일어난 작은 소요는 소용돌이 치듯 나를 과거로 이끌었고 그들의 생존에 관한 필사적인 역사는 우리가, 옛 고인들이 밟아온 흔적들의 한 귀퉁이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 역사의 한 잔, 한모금 한모금은 혈관을 타고 심장을 통해 머리 속으로 전해져 뿌듯한 감정이 가슴 곳곳을 가득 채웠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우리 나라를 대표할 만한 음료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랄까. 또 꽤 호흡이 빠르게 진행되어진 부분으로 말미암아 보충적인 설명을 요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가볍게 마시고 여운을 즐기기에는 충분할 것이라 사료된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이 목구멍의 갈증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세계사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만한 음료를 원한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 안에 녹아있는 달달하고 쌉싸름한 음료를 들이키는 순간, 어쩌면 주변에 공룡이 추위에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을지도 모를 일. 그만큼 이 책 한 잔으로 역사의 뼈대까지는 아니어도 가지가지 뻗어있는 줄기에 맺힌 과실들의 풍부한 과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