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8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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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8


   아, 그간 계속 봐오던 '청문'이를 잃고나니 마음 한켠이 싸해지는 것이 나중에 대옥이 죽을때에는 어쩌면 좋을까. 홍루몽 속 안에 있는 보옥은 마치 여인들의 암투 속에서 그것을 유발하는 촉매제 같다. 전에도 보옥이 장난과 농으로 건들였던 시녀가 왕부인의 내침으로 목을 매고 죽었고, 지금도 이렇게 청문마저 죽지 않았는가.


  물론 그런 이유로, 감기 좀 걸렸다고 사람 목숨이 쉬이 죽는게 너무도 허무하지만. 홍루몽에서는 목을 매어 죽던 감기에 걸려 고열로 죽던 어떤 이유라도 죽을 운명은 죽을 운명인 것이다. 제비뽑기에서나 홍루가에서 예정되었던 결말처럼.

 

  보옥이 청문이 몸져 누워있을때 집에 들렸을 때 등불아가씨라는 사람이 보옥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은 여태껏 보아왔던 홍루몽과는 조금 다르다 느껴졌다. 이제 몇 해가 흘렀고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세상이 그들을 바라봐주는 것은 아닐 것이니 그 점 역시 아쉬워졌다. 보옥이 아가씨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 아쉽고, 그로 인해 애꿎은 아가씨들만 죽어나가는 것이 안타깝고 안타깝다. 반편이 같은 아가씨들은 물색없이 순하기만 해서 내치면 내치는대로 죽는데 왕부인도 참 너무했지. 사람의 목숨이라는게 이토록 허무하게 그려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살아, 라고 경성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던가. 독하질 못하고 순해서는 눈물바람부터 하는 이들을 보니 온실 속 화초처럼 너무도 편하게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모진 바람 단 한번에 꺽이는,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대표적인 꽃, 대옥 역시 내 예상을 피해가지 않는다. 

 

  몇 권이었지? 대부인과 유노파가 연극을 보는 장면에서였나. 대분인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몸져 눕게되면 의원이 찾아와 진맥을 하고 약을 지어주는데. 8권에서도 너무도 쉽게 아픈 사람들이 등장하게 된다. 작자는 그 속안에서 사람의 생명에 대한 덧없음을 말하려는 것인가? 전 편에서도 가경이 단사를 먹고 죽고, 우삼저도 죽고, 우이저 역시 생금을 먹고 죽지 않았던가. 또 그 전전권에서도 습인의 부모가 죽고...대옥의 아버지가 죽고 홍루몽에서는 유독 생과 사가 너무도 쉬이 무너져 버린다.

 

  기우는 달처럼 서서히 몰락해가는 가씨집안 사람들은 그럼에도 철벽산장에서 달맞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실상은 희봉에게 돈이 없다고 돈을 변통해달라는 사람들이 늘고 희봉 역시 자신의 패물을 팔아 변통해주고 있다. 허세인지 아니면 여태껏 그리 살아왔기에 스스럼이 없는건지. 달맞이가 뭐그리 대수라고.


  화려한 홍루몽의 속은 기울어져 물 속으로 뛰어드는 달처럼 검게 물들어있다. 아니, 어쩌면 맑았던 옥구슬이 검게 물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죽음이 드리워져 있고, 여인들의 질투와 눈물, 계략이 곳곳에서 움트고 있다. 화려하고 눈부신 이면에는 현실 그 자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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