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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
추억 속에 남겨져있는 기억은 아주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타임리프 시켜준다. 아마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는 다르겠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함께 나역시 추억 속을 달렸을테니.
시간을 여행하고, 역행하며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말 그대로 시간을 달린다는 기분은 허공으로 뛰어내릴때 오는 공간의 스침, 공기를 가르는 바람과 같은 속도일까, 아니면 가즈코처럼 의지만으로 잠시 멍해지며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는 정도일까. 많이 우려낸 소재라 할지라도 그만큼 진국인 소재는 언제나 구수하며 입맛을 당기게 하는 법이다. 할머니께서 어릴적 삶아주신 감자나 옥수수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생소하지는 않으나 낯설지 않은, 그리운 무엇. 가즈코가 '아 언젠가 맡은 기억이 있다.'며 라벤더 향으로 기억의 흔적을 찾는 것은 비단 시간도약 뿐만 아니라도 가능한 것 같다. 나처럼 추억 속으로 달려간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식상하다, 단조롭다는 표현보다는 이 작품 속안 시간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좋겠다.
라벤더 향과 함께 장소이동은 물론 시간이동까지 하게된 가즈코. 자각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신기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 생긴다. 차에 치일 뻔한 위기 속에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아니 시간여행이라기 보다는 타임리프가 맞다. 그녀는 단지 시간을 되돌렸을 뿐이지 미래로 과거로 뻗어나가 여행을 한 것은 아닐테니. 가즈코는 트럭에 치여 죽기 직전에 강하게 마음 속으로 '편안한 침대'를 떠올렸고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구함과 동시에 가장 처음 시간을 역행하게 된다. 물론 가즈오가 만들어낸 라벤더 향 나는 타임리프 할 수 있는 '약' 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테고 꼼짝없이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엎질러진 물이 자연스럽게 컵안으로 들어가 없었던 일이 된다는 것, 음 이처럼 신비로운 일이 어디있을까. 허공으로 떠올랐던 물줄기가 차분하게 컵 안에서 찰랑거리는 것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 유리표면에 비쳐지는 기억에 대해 생각을 했다.
"마코토가 이득을 본 만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 않겠니?"
애니에서 가즈코역인 '마코토'의 이모가 한 말이다. 애니에서의 에피소드는 마코토의 불행을 누군가가 짊어지면서 시작되고, 마코토가 이득을 본 만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아예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는 것.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책 안에서 그 부분을 더 찾아보고 싶었다. 그 부분이 실려있지 않아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애니에서 풋풋하고 여운을 남기는 여름의 하늘이 그려졌다면 원작에서는 라벤더 향이 짙게 나는, 어딘가 그리움이 내재된 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애니와 같은 줄기를 가졌지만, 다원우주 동시존재 개념처럼 또 다른 꿈을 꾸게한다. 책 안에 실린 '악몽'과 'The other world'는 짧은 단편으로. 악몽은 죄책감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포,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를 다루었고 마지막 단편에는 다원우주 개념, 동시존재하는 수많은 날실에 대해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이 무척 재미있었다. 음 내가 이루지 못한 꿈들을 이루고 있는 또 다른 나라니.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재주도 놀랍지만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상상을 펼쳐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그의 다른 소설 '파프리카'도 애니화 되었으며 찬사를 받을 정도니 다시 한번 츠츠이 야스타카가 만들어낸 시공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감정과 공간을 섬세하게 빚어내는 그의 작품이라면 구미가 안 당길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