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
유노파가 보옥들과 어울리며 연극과 시를 즐기고 난 후 희봉의 딸에게 교가아란 이름을 지어주는 페이지의 주석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어떤 장면이냐 하면, 의원이 대부인을 찾아와 할멈들이 의원을 안으로 들이며 장막을 내리려 하자,
"내 이 늙은 게 그 속엘 들어간다고 해서 이제 그 아도물인가 한걸 만들어 내겠느냐?" 라고 대부인이 말을 했고 그 아래 주석에는 진나라 사람 왕이보는 속된 것을 싫어하는 고아한 성격이었으나 그와 반대로 그의 아내는 재물과 권력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돈을 싫어하는 왕이보를 시험해 보기 위해 돈을 그의 침대 둘레에 가득 쌓아두게 했고 잠에서 깬 왕이보는 돈에 막혀 나가지 못하자 여종에게 이 아도물을 모두 치우도록해라, 했다하여 돈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는 부분이었다. 홍루몽은 홍루몽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로움의 연속이지만, 가끔씩 아래에 주석이 달린 부분을 읽노라면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중국문학이 생소한 본인에게 생경한 단어들의 행진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다면 이미 이 책에 푹 빠졌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5권에서도 홍루몽은 대체적으로 사소한 일들을 다루고 있고 처음에는 대체 무슨 내용인가 했던 부분들도 일정 적응기를 지나치자 이 모든게 일상처럼 느껴진다. 캐릭터들이 가지는 재기발랄한 성격들 모두가 홍루몽 안에서 조화롭게 짙은 향기를 피워내 그 향기에 흠뻑 취해가는지도 모르겠다.
홍루몽 하면 빠지지 않는 시들 역시 각기 캐릭터의 운명이나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내주었고, 뒷내용이 어찌될까 궁금했던 여지껏 보아온 소설들에 비해 홍루몽은 각 캐릭터들의 삶, 그 전체를 보았어도 다음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요상하지 않은가. 시구로 이미 그 사람의 삶을 엿보았음에도 더욱 궁금해지는 심리가.
특권계층인 이들의 삶을 궁금해하는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살아보지 않은 삶, 기구한 처지에 놓인 향릉과 옥을 물고 태어난 보옥과 대옥의 사랑, 거기에 얽힌 보채와 희봉..그밖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감정을 폭넓게 보여주는 홍루몽의 다음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