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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조곡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좋다.
일회용 렌즈를 끼고 잔 다음 날 아침,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난 온다리쿠의 뿌연 느낌이 참 좋다.
색이라곤 찾을 수 없는 흑백화면에 괴기하고 섬뜩하지만 궁금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다가... 어느 순 간.
눈부시게 하얀 백합이, 새빨간 립스틱이, 서늘한 진초록의 숲이 - 느닷없이 색깔을 입는다.
그때 느끼는 희열, 그게 온다리쿠의 소설에서 얻는 가장 큰 짜릿함이다. 난 온다리쿠의 소설을 읽으면 단순히 재미있다기 보다, 짜릿짜릿해서 마음이 설렌다.
「목요조곡」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처럼 등장인물들이 한 곳에 머무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굳이 주인공을 꼽으라면 이미 세상을 떠난 도요코 정도일까.
나이를 정확히 갸름할 수 없고 관계로 얼개설개 섞여버린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생이 있고 나약한 인간이 있고 헛된 욕망이 있다.
온다리쿠의 다른 작품에 비해선 긴박함이 좀 덜해서 박한 점수를 줬지만, 4시간 꼬박 읽어 치웠으니... 그녀의 소설은 어쨌든 무척 재밌다.
아픈 엄마 병간호한다는 명분은 댔지만, 보호자용 침대에 누워 책만 읽다온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난 효녀를 가장한 불효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재밌는 걸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