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끔찍한 비극을 겪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체험했다. 충격, 슬픔, 분노, 공포...... 이 모든 것이 나를 성난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가 내 마음을 폐허로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웠던 것은 세상, 그리고 사람과의 괴리감이었던 것 같다. 그후 몇 주 동안 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나의 신념을 꺾어야 한대도 진정 사람이라 할 수 있을가? 내게 보통 남자들처럼 사랑을 나누고 아내와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내가 간호사와 약 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다 해도, 만약 평생을 휠체어에 앉아서 보내야 한다 해도 내가 여전히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p. 13)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난 참으로 비참했다.
내 나이 열 다섯. 예쁘게 훨훨 날아갈 미래만을 꿈꾸던 그 시절- 나는 하반신 마비가 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넋을 놓았다.
그때의 충격, 슬픔, 무력감을 잊을 수는 없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차 오르니까, 평생을 가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적'같이 나는 지금 걷고 뛰고 넘어진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웃고 고민하고 다시 살아간다. 나에겐 과거가 된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실제로 일어난 불행이다. 고들립 박사는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좌절의 상태에서도 '인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책을 선보였다. 

책을 추천한 노란사과 만큼은 감명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고들립 박사의 삶이 눈에 잡힐 듯 아른거려서, 이 책 덕분에 현재의 삶에 감사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불안 없이, 괴로움 없이, 자괴감 없이, 고통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내가 행복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면 이런 책을 백만권이고 천만권이고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인간은 어딘가 정상이 아닌 사물이나 사람을 접할 때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불편하고 불안정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애쓰는 이들도 있다. 내 상태가 생각만큼 끔직하진 않다고 나와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절친한 친구들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속으로는 안스러워하고 속상해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내가 이렇게 긴장하고 염려하는 사람들과 염려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마음이 닫혀 있었다. 모두의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p. 14-15)

 비틀즈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에게는 오직 사랑만이 필요해요. Love is all you need"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반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가사는 완벽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꿔요. Love changes everything" 받기만 하는 사랑과 주기만 하는 사랑, 믿음직한 사랑과 배신한 사랑, 어떤 식의 사랑이건 이 세상의 사랑은 모든 것을 바꾼다. 그리고 순수하고 솔직하며 이타적인 사랑보다 더 깊고 진실한 사랑은 없다. (p. 22)

 이렇듯 인생의 불완전함을 깨달았기에 나는 그 순간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그들에게, 또 내 인생에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p. 28)

 하지만 생각보면 우습다. 정체성이란 어찌 보면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소진하지만 결국은 환상을 좇는 것에 불과하다.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손에 물을 쥐려는 것과 같다. 무언가를 쥐었다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간다. (p. 33)

마찬가지로 희망 없음이 꼭 절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 없음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바라보게 하며 다음과 같은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 있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가?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 142)

 신이 주신 선물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가서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우리가 그 가운데 속해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p. 150)
 
사실 그렇게 자신을 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모두 내 안에 숨겨진 일부분이 다른 사람에게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조금도 사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었을 때도 우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너는 내 겉모습만 아니까. 만약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본다 해도 과연 네가 날 사랑할 수 있을까?' (p. 158)

비폭력의 상징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찾아보았다. "우리 자신이 이 세상에서 그토록 보고싶어하는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p.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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