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작품이 좋아, 다시 손에 잡은 '온다 리쿠'의 소설.
끝내주게 재밌다. 아주 흥미진진하고 두근두근 거렸다.
과거에 감춰진 사건들을 들춰내서 그 안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방식이 참 좋다.
...상, 하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사랑하는 외할머니를 떠나 보내서, 이야기가 많이 겹쳐보이기도 했다.
 
당분간은 온다 리쿠의 작품을 멀리 할 생각이지만(너무 편향되게 읽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언젠간 그의 모든 작품을 독파해버리고 말테다.    
 
소설은 심심풀이로 읽는 거라고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얻는다. 세상을, 사람을, 삶을 어떻게 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말이다.
 
우리는 모두 혼자라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함께 살아가고 있고-
자기 자신에게만은 꼭 이유를 만들어 합리화하면서 비겁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이 생이 영원할 것처럼 산다.
패배를 두려워하면서.
 
시간은 언젠가 꼭 끝난다. 꼭 끝나기 때문에 이별도 있지만. 그 이별이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이별이 있기에 지금을. 오늘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본다. 
 

 
> 좋았던 구절 더보기

평소에는 환기되지 않는 기억을 찾아 우리는 여행을 한다. '자기 자신을 다시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 대면한다.' 모두 내가 싫엉하는 말이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과거를 되찾기 위해 여행한다.' (p. 35)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싫지는 않다. 가진 것이 젊음밖에 없던 시절에는 힘들었다. 유일한 카드인 젊음을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도 모르고 목적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저 괜히 조바심을 쳤다가 열등감에 시달렸다가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오히려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자신이 있다. (p. 187)

나는 이 숲을 사랑하련다. 나무들을 흔드는 바람과 먼 천둥소리에 불안해하면서도, 나 홀로 그 숲을 한없이, 한없이 걸어가련다. 언젠가 그 길에서 그리운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우리는 각자 자신의 숲을 걷는다. 누군가의 숲을 그리면서, 결코 겹치는 일 없는 여러 개의 숲을. 드디어 빛이 사라지고 나뭇잎이 보이지 않게 될 그날까지. (p.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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