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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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책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책이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줄거리

중학교 3학년인 율은 타인과 시선을 잘 마주치지 못합니다. 엄마는 늘 시선을 맞추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율은 그게 쉽지 않죠. 타인의 눈보다 땅을 바라보는 것이 더 익숙한 율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갑니다. 율은 친구도, 가족도, 자기 자신조차도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 생각하며 쉬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율은 어떤 아이가 죽은 고양이의 시체를 들고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 아이는 율이와 같은 학교 3학년, 이도해였죠. 이도해는 그저 '비밀이야'라는 말만 남긴 채 사라집니다. 율은 그 아이와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을 느꼈고, 다시 만난 이도해는 자신을 '북극성'이라 부르라고 합니다. 북극성이 자신의 고향이라는 말을 남긴 채 말이죠.

율이 타인의 시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도해는 누구이며, 왜 북극성이 자신의 고향이라 말했을까요?


인상 깊은 부분


도덕 같은 건 전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원래 이익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타인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러니 나도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울지도, 화를 내지도, 누군가를 돕지도 않을 것이다.


말주변은 공허하다. 어차피 잊힐 말들이 쭉 늘어설 뿐이다. 주변은 시끄러운데 나는 조금씩 침잠한다. 이렇게 많은 애들이랑 같이 있어도 나는 혼자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타인에 대한 율의 관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말마저 부정하는 율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서로를 돕지 않고, 서로 오가는 대화는 그저 공허하다고 느끼는 율입니다.

인상 깊은 구절들이 뒤에 더더욱 많았지만, 아직 책이 출판 전이라 율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데 좋은 구절들만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상 및 생각

1. 읽어왔던 책 중에 가장

주인공의 시선과 심리가 소상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한껏 냉소적이면서도, 불안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는 주인공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가끔은 너무나도 솔직한 율의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가 곧 자신이 율인듯, 율이 자신인 듯 쓰신 것만 같은 감정과 생각이 휘몰아치는 책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율이가 질문합니다. "모두들 그렇잖아. 안 그래?"라구요. 외부의 갈등보다는 주인공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의 서술과 변화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청소년기 친구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우리는 어쩌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책은 말합니다. 사춘기 시절, 저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내 친구라도, 내 가족이라도 내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다는 생각을요. 그리고 결국은 영영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이 되고, 서로 다른 우주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서로 충돌할까 봐 겁을 내며, 너무 머나먼 곳이라 닿을 수 없다고 단념하기도 할 겁니다.

주인공인 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율이에게서 차가운 척하면서 사실은 우주가 충돌할까 봐 무서워하는 여린 소년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충돌 이후에는 무엇이 다가올까요?


어쩌면 그 후에는 팽창해버린 더 넓은 우주가 기다리고 있다고 책이 눈을 맞추고 말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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