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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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오컬트물을 글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보통 오컬트물이라 하면 무당이 굿하는 장면, 무서운 악귀가 등장하는 장면, 주인공이 두려움에 떠는 장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상으로 접한 경우가 많은 장르라, 이걸 글로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올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나름 쫄보라 혼자서는 오컬트물을 보지 않는 편인데, 책이니까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음과는 다르게 저는 책을 놓지 못하고 한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작가의 상세한 묘사와 날카로운 심리 서술이 제 머릿속에 영화 한 편을 틀어놓은 듯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그 영화를 끄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주인공인 이원이 신을 향한 믿음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은 보는 이 또한 이원이 되어 함께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늦은 새벽이 되어있었습니다. 책에 홀렸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엄마 품에서 잠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다 큰 어른이니 그러지 못했습니다.

2. 인간이 지은 원죄에 대해

책은 묻습니다. 신을 믿느냐, 어느 신을 믿느냐에 대한 질문이 끝나고는 우리는 결백한가?에 대한 질문에 맞닥뜨립니다. 많은 종교에서 인간의 원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원죄를 지었고, 그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요.

우리는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다른 존재들과 경쟁해야 했고,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내가 태어남으로 인해 죄를 지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가끔씩 인간이 없는 세상은 무결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푸르름과 계절이 바뀌는 생경함, 시간을 맞춰 옷을 갈아입는 하늘까지, 사실 세상은 너무나 아리따운 곳입니다. 그런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인간들은 다른 세포들의 죽음 앞에 탄생했고, 죄를 지으며 태어난 것일지도요. 그리고 태어나서는 또 죄를 지으며 살아가죠. 책은 우리에게 그러한 죄를 생각해 보게 하며,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죄 앞에 힘겹게 얻어낸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의 꼬리가 이어지는 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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