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개념정원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과 문화에 대한 학문이다. 자신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한다. 수학을 못한다는 사람도 일상에서 셈을 하듯이 인문학에 문외한이라는 사람도 실은 인문학적인 사유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인문학은 위기를 맞았다.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었을 때, 그것이 제시하는 미래는 정글이었고, 위기에 처한 사람의 최고목표는 생존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본주의 질서에서 많은 이들의 미래는 밝지 않지만 사람들은 다시 세계와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중매체와 신간목록 등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관심의 증가와 별개로 많은 이들이 인문학에게 골치 아프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그 원인은 개념에 있다.
인문학개념정원
나는 고등학교 때 ‘개념원리’라는 학습서로 수학공부를 했고, 대학생 때는 ‘개념 없다’는 소리를 꽤나 들었다. 지금은 의무감으로 ‘컨셉(개념)’에 대해 생각한다. 개념은 항상 알 것 같으면서도 모호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다. 수학의 개념을 모르면 문제를 풀 수 없고, 개념이 없으면 상식을 공유하지 못하며, 개념(컨셉)이 안 잡히면 과제는 산으로 간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개념이 낯설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개념정원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책읽기를 위한 책읽기다. 금세 휘발되는 정보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할 인문학 공부를 위한 개념잡기가 책의 존재의의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인문학개념정원
우리는 쾌락주의자라 배운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집 정원에 학교를 세우고 자기 사상을 가르쳤다. 학교라고는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것은 우애를 나누는 일이었다. 그는 쾌락을 최고선으로 보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쾌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요하지 않는 평정한 마음상태다. 어쨌든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정원에서 친구들과 마음의 평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서영채는 인문학개념정원에서 인문학의 매력을 나누려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형식은 인문학의 주요 개념들을 추리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나 자신의 공부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심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인문학의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뼈대만 있는 사전이 아니라 원전의 문장들과 함께 노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전작이 주로 평론이나 학술서임에도 글이 쉽고 재밌다. 좋은 책을 읽은 것에 더해, 호감 가는 저자의 발견이 기뻤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