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루하루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루어 간다.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힘은 가치판단 능력일 것이다. 무엇이 가치가 있는가? 그 가치의 경중을 따져 묻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 관습이나 두루 통용되는 상식에 의해서 쉽게 결정내린다. 물론 가치 갈등이 일어날 때는 좀더 심사숙고하게 되지만 모든 것을 깊이 있게 생각하면 두려워지므로 외부적인 잣대로 무난한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묻는 사람이라면 입장은 달라진다. 그때 그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선택하라는 일반적인 말만으로는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 음미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뜻을 따라 모든 것을 비판하고 음미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삶은 정말이지 힘든 삶이지만 그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사피엔스 에티쿠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눈 밝고 예민하고 기존 권위에 찌들지 않은 자유로운 사람들은 다양한 사고를 통해 기존의 관습을 뒤집고, 쉽게 투항하여 자신의 판단을 의탁하지 않는다. 왜 나는 이런 선택을 하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밝힌다. 그런 꼼꼼한 과정이 영화나 그림을 통해 재미있게 진행되는 책이다. 만약 강의실에서 이런 사례를 통해 철학 수업을 듣는다면 좋은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때 영화 데미지를 보고 받은 충격은 지금도 여전하다. 왜 인간은 그런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남자 친구의 아버지와 정사를 벌이는 여성의 심리는 무엇일까?  어느 것이든 선택은 가능하다.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무엇이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성찰과 비판을 통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와 어려움, 도덕 생활의 이유와 동기를 꼼꼼하게 짚어 주고, 가치란 무엇인지. 쾌락주의의 오해를 풀어 주는 좋은 책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기준은 무엇인가? , 다수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야 할 만큼 허약한 자아를 가졌는가?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없는가?  등을 야하게 묻고 있다.

 '남의 손에 놀아나지 않는 사람'으로서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이 바로 사피엔스 에티쿠스다. 나를 길들이고, 숨죽이게 하고 쉽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감옥의 문을 명상의 문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존심과 기개를 갖는다면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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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choi 2012-04-0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어보셨군요 "‘윤리’ 책이어서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영화의 줄거리를 모티브로 삼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다이안 레인과 리처드 기어가 나온 2002년 영화 ‘언페이스풀(Unfaithful)’도 윤리 이야기를 위해 동원됐다. 읽어보시길" 주간조선 2012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