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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이렇게 극사실적인 디스토피아라니.
이렇게 다양한 인물 군상과 설득력있는 전개라니.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하 '막 너머')>은 아주 유쾌한 유머와 함께 시작한다. 전 우주에 현 인류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지성체임을 밝혀냈다는,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발칙한 세기의 발견을 남긴 한 학자의 급작스러운 죽음이다. (어째서 이 부분이 유머가 되는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게 된다)
그리고 급작스레 반전된 분위기. 지구 안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이들이 우주의 끝에서 발견해낸 미지의 '막'을 향해 희망을 쏘아올리기로 결정한다는 것까지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수행하기까지 현실적인,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읽기가 조금 괴로울 정도인 글을 읽어나가고 있자면 이 작가가 정말 90년대 생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점차 줄어드는 식량과 황폐화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유전자 변형을 감행한 한국. 고효율 고수명의 신인류란 결국 굶어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작은 몸집의 아이들이 되었다. 조지 R. R. 마틴의 <나이트플라이어>에 등장하는 개량 인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그들도 <막 너머>에서와 같은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같은 결과를 맞았으리라.
피 튀기는 경쟁 끝에 아이들은 우주로 쏘아올려지는데 성공하지만,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한국적인' 상황들에 읽는 내내 굳어진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재미 있다. 이후 세대를 거듭해나가며 막을 향하는 무궁화호의,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고립된 계 안에서의 생태계와 계급문화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리는 작품이다.
지구 생명체들은 277년 전, 자신들만이 전 우주의 유일한 생명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즉, 외계 생명체는 없었다.
‘위대한‘ 아브만미르 박사가 알아낸 사실이었다.
아브만미르가 인간이 아니었던 석사 시절, 그는 늘어만 가는 학자금 대출과 교수들의 갑질 속에서 중국산 컵누들 한 개와 피클 한 종지로 연명하고 있었다.
공무원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홀로 우주에 보낼까? 그것도 달이나 화성이 아니라 광년 거리에 달하는 우주의 끝으로 말이다. 한번 나서면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자식을 보낸다니. 아이를 미워하거나, 굶주림에 지쳐 입 하나라도 줄이려는 부모가 아니고서는 국가를 위한다는 대의에 아이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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