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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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던 차에 '개정증보판'이 발간되었다. 이 책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만 해도 '정상가족'에 대한 이슈는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처럼 파문을 일으킬만한 주제였다. '보통의' 단계를 밟아가는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당연히 가정을 이루어야 하고, 이성애 부모와 아이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전국민적 믿음. 


지금은 조금은 달라진 것도 같다.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 때문인지 1인 가구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고, 본문에서도 등장하는 사유리 씨의 출산 같은 이슈를 거치며 다양성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뒤라서 일까.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생각은 본문을 읽다보면 산산이 부서진다. 1인 가구의 급증과 21년 조사 기준 0.837로 1도 되지 못하는 출산율은 물론 중대한 사회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깊게 깔린 근원에는 '정상가족'에 대한 환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 아동학대와 정당한 체벌, 저출산, 돌봄과 경제 같은 일상과 깊게 관련된 주제 속에는 모두 '4인 가족' 신화가 녹아있다. 50년대 미국의 '스위트홈' 환상처럼.


'가족이란 이래야 한다'는 신념이 모든 문제의 주적이자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왜 생겨났는지, 그래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익숙하다는 것이 반드시 옳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스웨덴의 예시를 들며 가정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 구분선을 새롭게 조정할 것을 주장한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밸런스가 저출산, 아동학대, 입양, 더 나아가 다양한 가정 형태에 관한 이해와 관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사회의 비결은 공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할 많은 부분을 가정과 개인의 몫으로 돌려왔기 때문이며, 이제 그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본문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나 현재를 마주하게 된다. 어떤 형태이건 가구와 가정은 맞닿아 있으므로, 저자가 제기하는 의문을 마주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외면하고 싶은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잠시 멈춰서서 제대로 보아야 할 시점이다. '나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에도 바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대로 '국가 소멸'을 맞게 되면 더이상 '삶'의 기반을 뒷받침해 줄 인프라가 사라지게 될 것이므로. 적어도 '나'를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개인의 몫으로 미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형태는 다를지라도 '당신'의 일이 '나'의 일이기도 하므로.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 넬슨 만델라 - P10

‘체벌 덕분에 오늘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라는 논리 역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체벌금지가 사회적 의제가 될 때마다 등장하는 체벌 옹호의 논리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은 <런던통신>에서 "학창 시절 회초리나 채찍으로 매를 맞았던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덕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믿는 것 자체가 체벌이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어릴 때 회초리를 맞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는 겪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 아마 지금과 비슷하거나 폭력에 민감한 감수성을 장착한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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