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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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상으로 방영되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하지만 영상으로 접하는 것과 활자로 접하는 것은 이란성 쌍둥이 이상의 색다른 느낌이 있다. 나는 매체 장르를 달리하는 작품을 같이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음에 든 영화는 원작 소설도 찾아 읽는다거나,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을 극화한 공연을 찾아본다거나. 


이렇게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 것을 OSMU(One Source Multi Use)라고 한다. 이는 스핀오프나 각색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들어 보는 대표적인 예로는 마블 시리즈나 해리포터 등을 들 수 있겠다. 여기서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그리고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이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매체는 각기 가지는 최선의 특성을 살려 제작되고, 따라서 다뤄지는 주제는 각기 색다른 매력과 생명력을 가지고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식상함이 아닌 신선함이 더욱 강조된다는 말이다. 


이미 <꼬꼬무> 시즌 1과 2를 즐겁게 시청한 적이 있는 분이시라면 이 책을 읽으며 기존 방송에서 느꼈던 놀라움과 일종의 감동을 자신만의 속도로, 더욱 내밀하게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고 미처 따라가지 못해 놓쳤던 디테일들까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방송을 접하지 못한 분들은 이 책으로 먼저 각 시대의 결절점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하나의 속도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서는 일종의 분기점이 되는 결절점이 존재하고, 그것은 대개 하나의 사건이 담당한다. 보통은 그를 기점으로 큰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거나, 시대정신이 변화하는 경우를 떠올리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쌓이고 쌓인 것들이 터져 나오며 분출되는 사건도 해당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 관점으로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발견되는 바늘 하나이기도 하다. 


그 무엇도 아니지만 무엇도 될 수 있는 수 많은 그날들 중에,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선정된 일곱 번의 "그날들"을 모았다.


보호받아야 할 정조, 보호받을 수 없는 정조 -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미궁 속에 남은 정치 테러 - 공작명 KT 납치 사건


개돼지보다 못했던 사람들 -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미워할 수밖에 없는 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 서진룸살롱 살인 사건


유전무죄 무전유죄! -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


사람이 증발한다, 지구 최후의 날! - 1992 휴거 소동


꽃분홍 아지트의 괴물들 -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이 놀라운 사건들은 그 면면들을 살펴보다 보면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이웃과 동료와 내 부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날 식사 도중 "그런데 옆 동에 ㅇㅇ 아저씨네 말이야.... 그 집이 글쎄...."라고 흘러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있게 들을 법한 놀라운 이야기.

구어체의 말투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을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부담감 없이 신기함과 즐거움을 찾아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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