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엔 깨어 있다. 아침이 오고. 겨우 살풋 잔다.
적게 말하자. 제발. 나는 지치고 있다. 오예. 지치고 있어.
쭉 뻗어버리겠지. 쓰기와 누르기와 찍기.
작게 더 작게 모기소리보다 작게? 오월에는 내내
김수영을 읽었다. 시월평들이 흥미로웠다. 격렬하다. 단호하다.
유월이 왔다. 왜 왔니? 그러진 말자.
아침부터 시가 안 되고 있다. 저녁엔 그래도
그림자의 거스러미는 건졌다. 다행이다. 미쳐가나. 싫다.
이 안됨을 갖고 놀 수 있어 기쁘다.
안됨이 나를 갖고 놀다 버리지는 못하게
계속 쓰자, 쓰는 척이라도 하자.
헛소리가 너무 많다. 지겨운 나여.
우스운 생각들을 떠올려라. 안 되더라도. 부디 아직은
멸하지 말자. 망하는 것까진 살짝 용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