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칼랭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밑줄긋기 " 

 

"그게뭐에 좋은데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좋죠."         "아,네"             "네, 삶이요. 삶에는 격려가 필요하거든요." 

"비단뱀은 탈피하지만 항상 다시 시작합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어요. 새로 거듭나지만 조금 더 새로워 질 뿐 똑같은 상태로 되돌아옵니다. 다른 식으로 관통해서 전혀 새로운 것으로 프로그래밍 해야 하죠. 가장 성공하기 쉬운 방법은 의외의 결과가 나오도록 타인이 타인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입니다." 

"생쥐를 무더기로 사세요. 알아보기 힘들어질 겁니다. 생쥐를 하나씩 인식하니까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개성이 생기는 거지요. 개성없는 다수로 받아들이면 훨씬 인상이 희미해질 겁니다. 너무 가까이에서 보니깐 개성이 보이는 겁니다. 아는이를 죽이는 것은 언제나 더 힘든 법이거든요."  

생쥐가 내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그들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둘러싼 드넓은 세계의 끔찍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 공포를 표현할 수단이라고는 핀 대가리만한 눈 두개 밖에 없다. 

신부는 나를 납작하게 만들어 놓고는 보도 위에 버려진 담배꽁초 옆에 그대로 남겨두고 가 버렸다. 

추위를 느낀 그로칼랭이 다가와 나를 감싸며 좋아서 가르랑거렸다. 말하자면 비단뱀이 가르랑 거리진 않지만, 내가 그 소리를 썩 잘 흉내내 그로칼랭의 만족을 대신 표현해준다. 이것이 대화이다. 

사람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눈을 돌려서 서로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서로 관심을 가지기만 하면 이해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나는 통계일을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고독에는 통계만큼 나쁜 것이 없다. 수십억 단위의 수를 게산하는데 하루를 보낸 당신은 펴악절하되어 '0'에 가까운 상태로 집에 돌아간다. 그때  찰리 채플린의 슬픈 희곡처럼 가난하고 불안에 떠는 숫자 1 은 애처로워진다. 나는 1 이라는 숫자를 볼 떄마다 도망치게 해주고 싶다. 1은 부모가 없어 고아원에서 혼자 자랐고, 뒤에서 줄곧 0이 쫗아와 따라잡으려 하고 앞에서는 큰 수들의 마피아가 모두 그를 노리고 있다. 1은 난자가 없어 숮어이 되지않은 출생 전 증명서와 같다. 그것은 그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고 쉬지않고 달리면서도 늘 제자리이기 때문에 희국이 된다. 늘 미생물 상태인 것이다. 

사람은 온전히 자기 입장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자기 입장에 있을 뿐더러 곧 불안과 마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이라는 방법을 통해 다른 이의 입장이 될 수는 있다. 

 

"... 철학 화술사는 인간에 대한 정의는 단 하나만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곧 의사표현이라는 겁니다. 그것이 상황을 초월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덧붙이고 싶습니다. 나는 여기에 외부적인 이유로, 상황 때문에 내면의 벙어리가 된 온갖 사람을 맞아들이고 그들이 해방되도록 도와줍니다. 내 고객들은 모두 비밀스런 목소리를 부끄러운 듯이 숨기고 있습니다. 사회가 금한다는 거을 알고있으니까요...." 

"여러분 복화술을 비롯한 무든 예술은 무엇보다도 응답 속에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그것이야말로 순수한 의미에서 우리가 창조라 부르는 것입니다. 재료, 혼합물 상태를 벗어나 스스로를 완성하기 위해, 완제품 형태로 복구되기 위해 여러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뷔라크씨, 이미 말씀드렸지마 자기로부터 오미터쯤 떨어져서 다른 것 속에 자리잡는 연습입니다. 빠져나오지 안으면 인간저깅고 호의적이고 너그럽고 철학적이고 힘이 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합니다. 여러분, 자기일로 애태우지 마십시오. 앞으로는 남의 일로 애태우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그쪽이덜 괴롭습니다. 각자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고독이빈다. 자기 생각은 그만두세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살기 위해 안고있는 온갖 어려움을 생각해보면 기분이 나아질 겁니다. 동지의식이 있어야 잘 살 수 있습니다." 

이제 속임수는 됐다. 나는 가끔 모든 사람이 입술을 움직이지만 실제 흘러나오는 대사와 잘 맞지 않는 더빙된 영화 속에 사는 기분이 든다. 촬영 후에 녹음하는 거인데 가끔 녹음이 아주 잘 되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론 주위를 나선형으로 우아하게 감아나가다가 지적인 독자들에게 매듭이 풀리지 않는 것 같은 홀란스러운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심사수고 끝에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사로 잡은 행복을 설명하기로 했다. 

주로 내가 대변인 노릇을 하는 시간당 스무개의 매듭을 만든느 길이 이 미터 이십센티미터 짜리 비단뱀까지. 

드레퓌스 씨가 나를 남겨두고 간 백지의 순간을 이용하여 이글을 적고 있다. 

"이 도시 사람들은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어. 작은 불티 하나라도 확 타오를 수 있어요. 타성과 습관에 의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만약 누가 싸움을 걸어 온다고 느끼거나 눈앞에 다른 가능성이 제시되면 모두 때려부술지도 모릅니다." 

"습관은 제2의 본성이지요"랑베르자크가 심오하게 말했다. 나는 무뚝뚝하게 동의했다. "바로 그겁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다음에 견디는 거지요"   "환경에 적응하는 거라는 말이지요." 랑베르자크가 말했다.  "환경을 창조하는게 적응입니다."내가 지적했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면 사랑도 돈도 가치를 잃게 되는 거에요. 이건 분명히 돈을 위해서도 좋은 거에요. 필요한 일이라구요. 어쩌겠어요. 백오십 프랑으로 예쁜 아가씨와 잘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당신의 백오십 프랑이 훨씬 근사해질 거에요. 전혀 다른 가치를 갖게 되죠. 어쨋든 정말 돈이 시시한게 아니라 대단한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요." 

"...나는 뜨을 모르는 표현을 자주 신중히 사용해. 저겅도 거기에는 희망이 있으니까. 이해를 못하면 가능성이 있는거야. 그게 내 인생관이야. 나는 항상 ㅈ위에서 모르는 ㅍ현을 찾지. 그러면 적어도 그게 다른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솔직하고 개방적인 흰 글자판에 우아한 바늘 두 개가 달린 반려시계를 손에 넣었다. 글자판은 곧바로 내게 웃음을 지었다. 시계점 주인은 곧 다른 '고급'시계를 권했다.  "이건 태엽을 감아줄 필요도 없습니다. 수정시계라 일년 내내 가니까요."  "오히려 내가 꼭 있어야 가고 내가 잊어버리면 멈춰버리는 시계를 찾는데요. 나만의 것 말입니다." 타성에 젖은 사람이 다 그렇듯 주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날 나는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고, 아무도 나의 부재를 아라차리지 못하도록 stat에 가서 내 ibm컴퓨터 앞에 앚았다. 지하철 출구에서는 티켓이 호의 를 품어 나를 버리지 않고 손에 쥐고 가주었다. 티켓은 내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길 잃은 사무실 사환들이 있지만, 길을 잃지 않고는 길을 찾을 수 없는 법이다. 길을 찾지모샇는 단 한가지 확실한 방법은 길을 잃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질열되어 있었다. 내가 기성품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진열자을 볼 필요는 없었다.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내 미소만 봐도 내게 필요한 보증이 있고 더 이상 억제하지 않고 삼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신경을 안 썼더니 지하철 입구에서 내 몸에 구멍이 뚫릴 때 실제를, 존재감을 조금 되찾았다. 나는 몸을 숙여 나를 주웠고, 티켓은 확실한 증거로 나를 다정하게 손에 쥐었다.   

"지금은 누구나 전문가에요. 광고 때문에 모르는게 없고, 무엇이 좋은지 알아요. 광고는 상품을 돋보이게 하 죠. 사치품이며 장미소설 같은게  필수품이 되었어요. 아가씨들은 고객이 장미소설을 요구하는 걸 알아요. 고객이 상품을 알고 자기권리를 알고 있다는 것도요." 

" i said." 

 

살면서 이렇게 묘한 이야기며, 너무 신선하여 내겐 충격적이었던 그만의 표현법. 로맹가리는 정말 '예술가'라 칭하고 싶을만큼 괜찮은 책이었다. 읽는 내내 그의 생각과 언어구사력을 훔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획일화 되가는 대도시에서 고독을 느기는 주인공은 자연으로 회기를 지지한다. 읽고 나서 책을 사서 읽을 껄 하는 생각이 든 맘에드는 책이었다. 이 작가는 참 특이한 점도 많다. '그로칼랭'은 자신을 숨기고 에밀 아자르 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었는데, 그 때 자신은 이미 공쿠르 상을 수상한 중견작가엿다. '그로칼랭'도 공쿠르 상을 받았다. 월래 같은 작가에게 공쿠르 상을 2번 수상하는 것은 금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로맹가리가 에밀 자아르 라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니깐. 처음 읽었을 땐 마치 비단뱀 구불거리듯 이 이야기 하다가 또 다른 이야기 하고 횡설수설해서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번 펼쳤으니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일게 되었는데, 에밀 아자르의 낯선 문체에 익숙이 돼었는지, 롤러 코스터 타는 기분으로 신나게 푹 빠졌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싹쓸이 읽을 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하맛머핀 2010-08-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쿠쟁입니다. 비단뱀을 기르고 있습니다."
ㄴ"나는 수연입니다. 씨실과 날실의 교차부분에 얽혀 허우적대고 있습니다."